『천국은 마치 사람이 좋은 씨를 그 밭에 심음과 같으니 사람들이 잘 때에 그 원수가 와서 밀 가운데 가라치를 덮쳐 심고 갔더라. 밀싹이 자라고 필 때 가라지도 또한 나타나는지라 종들이 주인에게 말하되 「주인이 좋은 씨를 밭에 심지 않으셨나이까. 그렇다면 가라지가 어디서 생겼나이까」 저들에게 이르되 원수가 이 짓을 하였도다.』(마두 3.24-28) 이런 일이야말로 교회의 「스캔들」이며 성덕 자체의 「스캔들」이 아닐 수 없읍니다.
어머니신 교회의 성덕은 인자하고 부드러우며 극히 뛰어나는데도 그 지체인 신자들 가운데는 부패한 자 적지 않으며 성직자들 가운데 부당한 이들이 끼어 있음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는 「그리스도」를 머리로 갖고 있는 신비체 즉 교회의 가장 고통스러운 상처이기도 합니다. 「뉴먼」이 말하듯이 교회는 항시 신음하고 있으며 허약한 상태에 아직도 놓여있읍니다. 교회는 항시적으로 당신 몸 안에 그리스도의 죽음의 흔적을 지니고 있어 그리스도의 생활한 힘이 더욱 더 당신 안에 작용하고 빛나도록 만들고 있읍니다. 이는 교회가 구원하는 길 위에 있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교회는 언제나 악에 대항해서 싸우기 때문에 그 안에서는 악이 어디서보다도 잘 드러나게 되어있읍니다. 또 「그리스도」 당신은 성한 이들보다는 병든 이들을 찾아 오신 까닭에 교회 안에서는 언제나 병자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따라서 교회는 우리 각자가 더럽고 야생적이며 멸시의 대상이고 굴레 벗은 말같이 반항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각자를 지성으로 받아들이는 모험을 감행하고 계십니다.
우리 각자는 교회의 품에 안겨 있으면서도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교회를 불신하고 교회를 부끄럽게 하고 있지 않읍니까? 이런 찰나에 교회가 어찌 순수할 수 있읍니까.
교회는 당신 자녀들인 우리 때문에 수치를 당하고 얻어맞고 있음에도 우리를 극진히 보호하며 끌어 안고 계십니다. 사실이 이럴진데 교회는 도리어 영광을 받아 지당합니다. 흉악 망측한 자식 때문에 욕을 먹고 얻어 맞으면서도 아들을 죽기까지 옹호하는 어머니를 여러분 중에 누가 감히 멸시하겠읍니까?
나는 교회가 욕을 먹을 때마다 어머니신 교회 앞에 정성되이 두 무릎을 꿇어 왔읍니다. 인간이 제멋대로 저지른 이 현실에 굽히시는 천주님의 그 인자하심에 탄복하지 않을자 그 누구입니까?
지금의 망나니인 인류를 등에 업고 그 몹쓸 천대와 모욕을 당하시는 교회의 겸손하고 용감하고 무서운 순명을 보고도 무심할 자 그 누구입니까?
참으로 강생 구속 도리는 사회가 어지러우면 어지러울수록 그 위력을 드러내는 법입니다. 어떤 조직이나 단체도 달갑지 않은 분자만은 내쫓고 있읍니다. 유독 교회만이 무제한적으로 팔을 벌리고 있으며 당신 자녀들이 위대하고 거룩하며 순수하고 영신적이기를 열원하면서도 흉악무도한 죄인들을 더 많이 포섭하기를 고대하고 있읍니다. 욕을 먹고 걸려 넘어지면서도 가장 불쌍한 자녀들을 구출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읍니다. 불우한 자녀들을 구출하면서 당하는 수치는 달게 받고 있읍니다. 교회는 참으로 위대한 마음의 어머니시며 자녀들 때문에 당하는 고통은 고통으로 생각지 않을 뿐더러 당신 품에 한 번 안은 자식을 저버린 경우는 이제까지 한 번도 없었읍니다.
黃旼性(서울 명동본당 주임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