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리」에는 「끄로샬」이란 이색적인 유랑족이 있다고 한다. 거리 한모퉁이에 모자를 벗어놓고 천연히 서 있으면 행인이 한닢두닢 던져주고 간단다. 끼니가 되면 식기가 든 가방을 들고 일정한 시간에 음식을 노나주는 수도원엘 간다. 얻은 음식이 마음에 안들면 버리고 다시 다른 수도원엘 간다. ▲한때 「빠리」에 큰 국제회의가 있어서 문화성(文化省)이 도시 미관상 이 「끄로샬」을 철거하려고 했다. 이때 모든 「빠리지앙」이 웬 무식한 소치냐고 반대하는 한편 당국은 이들을 실어다가 교회에다 갖다 내려놓았더니 잠시후 택시를 타고 바로 「빠리」 치안국으로 들어가 운전수더러 요금은 여기서 받으라고 했단다. 「끄로샬」은 마치 고색창연한 건축에 피는 버섯처럼 「빠리」 그들에 자연스레 핀 하나의 퇴폐적 운치인지 모른다. ▲이번 「언론윤리법」 반대측 신문에 대한 정부시책에 세론이 분분한데 아닌게 아니라 이게 좀 생각보다 더 졸책이었다. ▲속말로 천냥빚을 한마디 말로 갚고(?) 한마디 잘못에 입으로 기둥뿌리도 뽑을(?) 그야말로 무관의 제구(帝口)들이 여기 쉽게 둘복할 상 싶었던게 오산이다. 교외로 내 쫓으려다 택시값까지 물어주어야 할 형세는 되지 않는지 모르겠다. ▲이번 반대측 여론중엔 적성국도 못쓸 악법이니 음성적이 아닌 노골적 강압이니 했지만 솔직히 비단 언론정책뿐 아니라 만사에 그 음성적이면서 소름끼칠 간특한 왜정에 비하면 훨씬 이편이 공세를 취하기에도 허점(虛點)이 있어 좋지 않는가. ▲사실, 정부가 일부언론의 병폐에 불안함도 사실일 것이다. 이번 「언론법」을 가장 강력히 밀고나간 집권편의 당사자중 직접언론기업계의 중진이 있었다는 이면의 이야기는 무엇을 반증하는 것일까? 허지만 그러한 부작용을 양식(良識)인에까지 적용할 수야 없고 쇠뿔을 바루려다 소를 잡을(矯角殺牛) 것 같은 만용으로 가뜩 병약한 이나라 민주주의를 거듭 다친다는게 우직한 짓이다. 링컨의 명언도 있듯이 『정부는 국민의 권리를 조금이라도 침해하는 어떤 조처를 취하기전 최대한의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어쨌든 이번 「언론파동」이 양측 다 자성의 계기가 된다면 국민을 위해 이 아니 다행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