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씨 뿌리는 비유를 말씀하시는 복음성경을 묵상하는 6순주일을 「출판물 보급주일」로 지내고 있다. 꼭같은 씨앗이었지만 좋은 땅에 떨어진 씨앗은 백배 수확을 내었지만 좋지 않은 땅에 떨어진 씨앗은 그 생명의 결실을 얻지 못하고 어둠 속에 살아지고 만다.
성서학자들의 주해를 빌린다면 씨앗은 천주님의 말씀 또는 성총을 의미하고 땅은 이것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마음이라고 한다. 아무리 좋은 말씀이고 좋은 성총일지라고 이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에 따라 그 결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철학의 용어를 빌린다면 『무엇이든지 수용(受用)되는 것은 그 수용자의 수용양상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구태어 어려운 철학을 끌어낼 필요가 없이 몽매한 시골 농부들도 좋은 땅에 곡식을 심어야 많은 수확을 얻을 수 있다는 원칙은 알고 있다. 그래서 곡식의 씨앗이 뿌려진 땅에 잡초가 욱어지면 이것을 제거하는데 정력을 아끼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씨앗이 뿌려진 땅일지라도 거기에는 잡초가 욱어지게 마련이라면 우리 영혼사정에 있어서도 성세성사로써 처음으로 심어진 천국의 씨앗이지만 그 바탕이 인간성인지라 잡초가 욱어진다. 이 잡초를 제거하는 방법의 하나는 천주님의 말씀을 받아들이는 길이겠고, 천주님의 말씀을 받아들이는 길 중에 가장 큰 것이 가톨릭출판물을 통하는 길이다. 신입 교우들의 한 가지 그릇된 사상은 영세입교하면 마치 중삼(中三) 학생이 중학교를 졸업하는 기분을 갖는다. 예비교우 기간에는 영세의 관문을 뚫기 위해 열심히 책을 읽지만 입교 후에는 졸업생 아닌 졸업생 기분에 가톨릭 출판물의 무관심증 환자가 되어버린다.
내 영혼이 천주님의 성총이 자라나는 옥토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는 꾸준히 가톨릭 신문이나 잡지를 읽어야 한다.
일찌기 성 비오 10세 교황께서는 가톨릭 출판 사업에 필요하다면 아끼지 않고 당신의 목장을 팔겠다고 하신 말씀은 출판물의 중대성을 일깨워주는 좋은 교훈이 아닐 수 없다. 출판물 보급주일을 맞이해서 「마닐라」의 루피노.산토스 추기경은 1주간 「출판물 보급주간」을 설정하고 『가톨릭 지성 형성에 차지하는 가톨릭 출판물의 역할은 측정할 수 없을만큼 큰 것이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발표했고 전주교구장 한공렬 주교님도 출판물 보급주일을 맞이하여 『가톨릭출판물을 읽는 것은 신자로서의 교양을 쌓으며 자모이신 교회와 호흡을 같이하는 것이다.』라는 요지의 말씀을 하셨다.
출판물 보급의 문제는 복잡한 현대적 사회조건으로 보아 더욱 절실한 문제이다. 현대는 대중을 상대로 하는 소위 「매스·콤뮤니케이숀」의 시대이다. 한국 가톨릭은 현대적 용어인 「매스·콤뮤니케이숀」의 뜻을 모르는 듯하다. 이것을 가톨릭적으로 해석을 붙인다면 「대중전교」이다. 지금의 시대는 대중을 상대해야 하는 때다. 「케비넷트」로 둘러싸여 앉아 둥근 의자만 돌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현대적 「매스·콤」에 가톨릭도 눈을 떠야 한다. 만시지탄이 없지 않으나 지금이라도 눈을 떠야겠다.
한국 가톨릭이 「매스·콤」에 관심이 없고 그것의 가치를 알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음 몇 가지 사실로써 입증해 보고자 한다. 첫째로 바깥 사회에는 소위 「광고소동」이 일어날만큼 그 선전이 대단하지만 그 숱한 광고 중에 「가톨릭」이란 글자 붙은 광고는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과 둘째로 금번 가톨릭 출판사에서 집계한 가톨릭 출판물 판매 실적을 보아하니 일년간 불과 천 권, 이천 권의 판매부수를 가진 것이 「베스터·셀라」로 등장하고 있다는 웃지 못할 사실을 말하고 싶다.
우리는 여기서 결과되는 가톨릭 출판재의 비명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셋째 한국 교우 중에는 가끔 자선사업을 하는 특지가들이 있어 성당도 짓고 고아원도 만들고 하지만 출판물 보급을 위해 애긍시사한 특지가가 있었다는 소리를 들어본 기억이 전연 없다는 점이다. 이만큼 「매스·콤」의 시대 속에 군림하는 가톨릭이 「매스·콤」에 눈이 어두웠던 것이다. 오늘날은 신문, 잡지, 「라디오」, TV 기타 출판물을 통해 대중전교를 해야하는 때다. 뜻이 없고 돈이 없어 가톨릭 방송국을 만들지 못했다면 기성 방송국을 백 「프로」 이용해야겠고 질적으로 빈약한 점 없지 않지만 한국 가톨릭출판물을 살리는 의미에서 가톨릭출판물에 관심을 일으켜야겠고 가톨릭 지성의 교양을 위해서도 가톨릭 잡지 신문을 구독해야겠다.
출판물 보급주일은 허울 좋은 구호로 끝나서는 안 되겠다. 다시 한 번 금년도의 출판물 보급주일을 맞이하여 다음의 몇 가지 사항을 지적하면서 우리는 스스로의 자각이 있기를 간청하고 싶다.
첫째로 가톨릭 출판물에 관심을 일으켜야겠고 둘째로 나부터 먼저 읽고 다른 이에게 전달해야겠으며 셋째로는 출판물을 도우는 특지가들이 쏟아져 나와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