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본사에서 사동으로 근속한 K군이 이번 고교를 졸업 후 서울 모 대학에 진학차 상경하게 되었다. 한창 혈기발랄한 나이인데 성격이 종순하고, 근면, 강인해서 주위의 한결같은 칭찬을 받았다.
그는 떠날 무렵 사원들께 앞앞이 인사하며 어떻게 흐느껴 우는지 보는 이도 문득 눈시울이 뜨거울 지경이었다. ▲본시 다정한 탓도 있지만 그가 그토록 오열하는 탓이 비단 정든 근무처를 떠나는 석별의 설움뿐이겠는가 싶다. 낮엔 근무하고 밖엔 또 고된 몸으로 등교를 해야만 했고 이 밖에도 학자문제 등 여러가지 지난날 그로선 말 못할 눈물겨운 회포가 있을게고 무엇보다 앞으로 객지에서 최고 학업의 과중한 학자문제, 생계문제, 이런 단신으론 너무나 벅찬 막막한 앞날을 생각하고 그토록 서러웠는지 모르겠다. 허지만 그는 웃어른의 뜨거운 격려를 받으며 그 어른이 마련해준 새 일터로 또 선망의 학창으로 일변 웃으며 희망찬 모습으로 떠나갔다. ▲전쟁 고아와 어린 동생마저 부양해가며 10년 고학 끝에 학사가 된 화제의 인물이 모 일간지에 실렸다. 오랜 결식, 천막살이, 온갖 천역을 불사하고 갖은 고난 끝에 얻은 대학을 넉근히 졸업할 수 있는 학자금 중 태반을 가난한 친척에게 희사하고 다시 대학 4년을 고학한 그의 거의 초인적인 의지와 달통한 인간성에는 찬탄을 금할 수가 없다. 그는 학업도 우수해서 모교의 유수한 대학신문 편집장과 학생대표로 해외를 다녀온 경력도 있다. ▲우리는 여기서 한 청년의 이 훌륭한 결과만을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은 진정 뼈저린 상상을 절할 사연들을 더욱 값있게 사야될 것 같다. 또한 이 영광의 결실을 한 투지만만한 청년보다 어느모로나 미약한 역량으로 각박한 사회에서 남몰래 몸부림치는 선량한 젊은이들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이들의 이상과 현실의 너무나 큰 차질은 자칫하면 실의와 영원한 좌절을 가져오는 수가 허다하다. 우리는 그들의 결과만 가지고 지나친 찬사나 매도(罵倒)를 일삼기 전에 그 고난의 과정에서 적은 힘, 말 한 마디라도 부조하기에 인색치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자면 먼저 우리 주위부터 그러한 자라는 과정에서 무시되고 유린되는 말단자는 없는가 살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