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만방에서 모여든 각양각색의 민족이 차별없이 한자리에 모여 국제친선의 참다운 미명아래 지상에서의 인간적 개선(凱旋), 힘의 찬가를 높이 부르는 민족제전 「올림픽」의 막이 오르는 그러한 순간, 이 현란한 향연이 벌어진 일각에서 같은 혈색 같은 말, 아니 무엇보다 같은 얼을 지닌 동족의 한 무리가 이상스리 굳은 얼굴과 어떤 상극된 감정의 거친 분위기 속에 14년만의 해후인 애틋한 한부녀의 상봉을 지키고 있었다. ▲누가 이 부녀를 이덯게 스스로 죄인처럼 행세하게 하는가? 무엇때문에 이들을 이토록 불안중에 황망히 만나야 하는가? 이 미여지는 가슴, 용암처럼 녹아나리는 뜨거운 애정을 주체할 길 조차 없이. 들려선 이 삼엄한 경계의 눈초리, 참아 인간으로서 금치 못했을 그 연민을 억지로 목구멍으로 삼키며까지 다급히 이들을 떼어내고 서둘러야할 그 무의식적인 행동은 누구의 끈덕진 사주끝에 얻어진 비정이었을까? ▲한평에선 세상의 듣도 보도 못한 이(異)민족간에 한자리에 모여 이웃을 도마하여 희희낙낙한데 이 한귀퉁이에선 피를 나눈 동족끼리 그나마도 함께 핍받을 박아 항거하며 목숨을 보존해온 그 박해자의 땅에 와서 함께 얼싸안고 울어도 시원치 못할 그들이 아닌가. ▲분명 언젠가 어디선가 누군가가 우리를 위해 이렇게까지 될줄은 미쳐 모르고 무엇을 잘못했던게 아닌가? 이번 동서단일 「팀」으로 「올림픽」에 참가한 독일을 보고 우리민족성이 저들보다 저열하다고 하는가. 역사가 변증한다. 우리 결코 저들보다 조악한 민족이 아님을. ▲다만 우리는 어딘가 약점이 많고 그것은 강자의 이득을 위해 너무나 오랫동안 시련을 당한 나머지 그것을 수습할 틈과 바탕을 잃었을 뿐이다. ▲허지만 지극한 슬픔은 인간의 마음을 정화시킨다. 신금단 부녀의 설움은 각박한 세월속에 메마른 우리 모든 겨레의 설움에 다시 메아리져갔다. 이는 우리 모두의 비극, 이는 빛다른 민족보다도 차마 이북의 그들이 먼저 슬퍼하지 않으리. 세계의 여론에 그들의 비정을 이르기 전에 운명하는 순간까지 『주여, 저들이 스스로 하는 바를 모르나이다.』하신 오주의 성덕을 의지하여 박해중에 있는 형제와 또한 그들 박해자를 위해 멎을 길 없는 기원을 바치자.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