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하라 인간아!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리라.』 지난 3일부터 「사순절(四旬節)」이 시작되었다. 그 첫날인 성회수요일(聖灰水曜日) 아침 사제는 우리 이마에 재를 뿌리면서 위의 말로 우리의 현세 육신생명이 어느날엔가는 죽음으로 끝나고 육신은 땅에 묻혀 썩고 흙으로 화함을 다시 깨우쳐 주었다.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 이것은 가혹할 만큼 불변의 철칙이다. 이 지상에 인류가 생존하기 시작한 이래 몇 십만년이 지났는지 몇 십억 몇 백억의 사람들이 살다갔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 아무도 이 죽음의 철칙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모두가 흙에서 왔듯이 조만간 흙으로 돌아갔다. ▲세상에서는 스스로 목숨을 짜르는 사람들도 허다하고 우리 자신들에게도 차라리 죽었으면 하는 생각이 문득 들때도 있다. 그런데도 이 불가항력의 죽음에 대한 생각은 우리 마음을 어쩔 수 없이 두렵고 침울하게 만든다. ▲『결국 나도 죽는다』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기정된 운명이다. 오늘이라는 이날과 대동소이(大同小異)한 그런 날들이 2천번 3천번 거듭되었을 때, 이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몇 바퀴 돌았을 때 이름도 없이 온 나는 이름도 없이 살아질 것이다. 어두움에서 와서 어두움으로 돌아간다. 과거 이 지상에는 수천, 수만, 수억의 내가 없었던 시간과 날과 해(年)가 있었다. 그와 같이 장래 다시 나없을 시간과 날과 해가 있을 것이다. ▲한 개의 원자폭탄이 수10만의 목숨을 일순에 빼앗아갈 것이라는데 오늘 우리는 전전긍긍한다. 그러나 평화시에 원자폭탄 없이도 나날이 20만의 사람들이 죽어간다. 한시간에 8천명 1분에 1백30명 꼴이다.
어느날 어느시 나의 생명역시 이 「기막힌 죽음의 폭탁」이 빼앗아 갈 것이다. ▲왜 인간은 이렇게 죽게 마련돼 있는가? 왜 나도 죽어야 하는가? 누가 나에게 이같이 절대적인 죽음의 언도를 내렸는가? 인생이란 죽음으로써 다 끝나고 마는 것인가? 우리는 이같은 문제들을 이 「사순절」에 다시 깊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이 죽음의 이유를 아는 자는 삶의 뜻을 아는 자이다. 『전(全) 인생을 통하여 가장 중대한 것은 사후(死後) 불멸의 영혼이 있느냐 혹은 없느냐를 아는 것이다』라고 철인(哲人) 빠스갈은 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