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이 신(神)으로부터 창조된 것과 같이 인류사회도 신으로부터 창조되었다. 따라서 신은 각 사람에 대하여 구체적 창조의사(創造意思)를 가지고 계실 뿐 아니라 인류사회에 대하여도 일반적인 창조의사를 가지고 계신다. 그래서 사람은 제마다 개별적으로 신, 즉 천주와 대화하는 신앙을 가져야 하는 동시에 또한 인류사회의 일원으로서 그 사회가 천주께 대하여 가져야 하는 신앙에 참여하여야 한다. 올바른 신앙은 이 두가지 신앙이 하나로 결합되어야 하므로 그중에 하나를 결하면 신앙의 바른 태도에서 벗어난다.
그러기에 그리스도는 천주를 만유위에 흠숭하고 이웃을 제몸같이 사랑하라고 하셨고 한편 원조(元祖)의 죄가 대대후손에게까지 미치고 잇으며 이에대한 구원도 전인류를 포괄하는 것이다.
사회인으로서의 신앙은 인류단체가 천주께 바치는 흠숭인 동시에 제이웃으로 하여금 천주를 흠숭하게 하는 사랑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모든 신앙인은 제 이웃에 복음을 전하고 이웃과 더불어 천주님의 축복을 받을 수 있는 인류사회를 만드는데 노력하여야 하는 신앙적 의무를 지고 있다. 다른 한편 인류단체가 천주께 바치는 공동의 신앙에는 신자단체를 다스리기 위한 교계(敎階)가 필요하고 공동이 의식(典禮)과 기구문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공의회 지난 회기에서 반포된 「전례헌장」이 「천주의 백성」의 예배행위로써의 전례본질을 강조하고 있음은 이때문이다.
근세이래의 개인주의 사상은 마침내 신앙인에게도 큰 영향을 미쳐 사회인으로서의 신앙을 저버리게 하는 우몽(愚蒙)에 잠기게 하였다. 그 결과 교계와 전례를 무시하고 심지어는 교회의 불필요성까지 주장하는 자가 나오게 되었다. 또한 개인주의 사상에 내포된 혁명적 계몽사상은 원수를 사랑하라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잊게하였다. 그릇된 유산이 아직도 남아 오늘의 사회를 크게 움직이고 있다. 초자연복지(超自然福祉)를 위한 교회를 자연복지를 위한 다른 여러단체와 같은 것으로 잘못 이해하여 교계를 비난하고 인류단체의 천주께 대한 공식신앙의 의무를 무시하여 전례를 중세의식의 답습(踏襲)으로만 보는 미신자 또는 프로테스탄 중에는 마침내 교회없이도 구령할 수 있다고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한편 교의(敎義)가 다른 신앙단체이나 비(非) 신앙단체간에 있어서도 그리스도의 가르침인 제 이웃에 대한 사랑의 실천에 인색하여 증오와 투쟁과 분열을 조장시켜왔다. 그러나 오늘의 「프로테스탄티즘」안에 교계적인 교회와 그 전례의 본질적인 의의가 재발견 재검토되어가고 있으며 이것은 교회일치와 인류단합을 위해 실로 다행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신앙의 본질은 사랑이다. 구원의 성취 역시 사랑으로써다.
현재 진행중인 바티깐 공의회는 우리들 신앙인이나 이교도 뿐 아니라 무신론자들에게까지 사랑과 이해를 통한 인자한 어머니로서의 가르침을 효과있게 베풀고 있다. 열교인(裂敎人)이나 이교인(異敎人)이란 관념으로써 타교파인들을 배척하는 그같은 독존적인 정신과 태도는 지양되어야 한다. 그들을 형세적인 사랑으로 대하여야 할 뿐 아니라 심지어는 신을 모독하는 반신자(叛神者)라 하더라도 그 회오(悔悟)를 위하여 기구하고 사랑의 손은 뻗는데 주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이와같은 사랑의 곧 제 이웃과 더불어 천주를 찬양하여야 하는 인류단체의 신앙 즉 사회인으로서의 신앙의 본질이 되는 것이다. 사회인으로서의 신앙면에 있어서 특히 무거운 사명을 띠고있는 이가 사회적 지도자나 정치인이다. 그 사회의 공식시낭에 가장 많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느 사회에서나 특히 정치인들의 신앙실천은 매우 중시(重視)된다. 근간 우리나라에서도 혼란을 거듭한 정치적 분열과 질서를 바로잡기 위하여 이 아길노(李孝祥) 국회의장은 바른 신앙에서 움튼 정치적 양식에서 여야(與野) 정치인의 화합과 국나타개를 위한 협상에 노력하여 왔고 또한 급변하는 작금(昨今)의 국제정세에 대비하기 위하여 초당외교(超黨外交)의 「무드」를 조성하자는 슬기로운 노력을 하고 있다는 소식은 다행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정치인으로서이 책임에 충실하고 제 이웃에 대한 사랑의 실천에 신앙적 양식이 표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를 구하지 않고서는 우리 각자를 구할 수 없음을 여기 다시한번 강조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