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이 감격과 영광된 날이 있기에는 실로 한 분의 따뜻한 인간애와 놀라운 표양이 동기가 된 것입니다. (本文 中에서)
작년 1964년 성탄, 나는 나의 세 자녀와 더불어 남성원(외국인) 신부로부터 영세를 받았읍니다. 나에게 이 감격과 영광된 날이 있기까지는 실로 한 분의 따뜻한 인간애와 놀라운 표양이 동기가 된 것입니다. 누가 감히 믿을 수 있겠읍니까? 세상이 다 아는 나의 허랑방탕한 생활, 그 강팍한 심경이 마치 폭풍이 지나간 뒤처럼 이토록 평정되었음은 제 스스로도 꿈같은 사실입니다. 지금부터 9년전 나는 오급공무원으로서 2남 2녀와 아내를 거느린 충실한 가장이었읍니다. 그해 무더운 어느 여름날 나는 뜻밖에 한 사고를 일으켜 직장을 그만 두게 되었읍니다. 나는 실직과 더불어 과거에 친했던 친지들과도 자연히 멀어지고 세상으로부터 점점 소외되자 어느덧 나는 깊은 실망의 구렁텅이에 빠졌읍니다.
그때로부터 나는 엉뚱하게 세상에 대한 실망, 울분, 또한 스스로에 대한 자학을 광적으로 폭발하여 인간적인 도리를 일체 무시하고 갖은 행패와 방자한 생활을 자행했읍니다.
실로 삼천포시가의 삼척 동자도 다아는 미친 「호랑이」로 변한 것입니다.
1964년 2월 어느날 예의 술이 억취가 된 꼴로 아무런 용건조차 없이 나는 성당문에 들어 섰읍니다. 저는 주위가 떠나갈 듯한 고함소리로 신부를 찾았읍니다. 이때 나이가 한 쉰살 되어 보이는 한 남자가 나와서 『선생님은 어디서 오셨읍니까』하고 친절히 물었읍니다. 이때 나는 『나를 몰라봐…』하면서 갖은 폭은과 행패를 부리다가 나중엔 그분의 뺨까지 후려갈겼읍니다. 이때 상대방은 혼자 입으로 이렇게 중얼거렸읍니다. 『주여 이 젊은 사람을 구원하소서』 그 당시 나는 며칠을 굶고 술만마신데다가 극도의 발악으로 거의 졸도할 지경이었읍니다.
그분은 끝내 나를 달래고 위무하면서 나중엔 돈5백원을 쥐어주며 부디 술을 먹지 말고 피로를 푸는 약을 사먹고 집에 돌아가 쉬라고 일렀읍니다. 나는 승강이 끝에 어찌 어찌하여 집에 돌아와 아무도 들여다 보지도 않는 냉방에 쓸어져 누웠읍니다. 숨이 깨이고 흐미하게 돌아온 의식 속에서 나는 가지가지 지나간 과거를 회상하게 되었읍니다. 먼저 나는 성당에서의 그 무지막지한 행패와 나의 5년 동안의 온갖 방탕한 생활에 대한 이 세상의 냉대와 비웃음과 폭행, 그런데 평생 처음으로 만난 어느 이름 모를 그분의 그 따뜻한 영접은 웬일이까? 이런 것이 내 머리 속에 주마등같이 흘러 갑니다.
나는 이튿날 아침 다시 교회로 찾아갔읍니다. 그분은 그때 없었으나 나는 희미한 기억으로 굳이 그분에 대한 인상착의를 설명하여 그분을 만날 수가 있었읍니다. 그는 본당회장 백베드루씨었읍니다. 그 후 나는 회장님의 지극한 정성과 지도 밑에 교리를 시작했읍니다.
어느 듯 온 세상의 나에 대한 백안시나 부모처자에게 조차 외면을 받은 그 나의 끝없는 고독은 사라지고 이제는 친절하고 착실한 가장이 되었고 또 더욱 노력할 뿐입니다.
천주대전에 엎드려 그의 끝없는 사랑과 은총에 감사할 때마다 또한 나의 자비로우신 은인 남 신부님과 백 회장님께 무한한 감사를 잊을 길 없읍니다. (경남 삼천포본당 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