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은 말로는 유구한 역사니 빛나는 전통이니 하고 떠들어 대지만 이제까지 참된 종교를 가져보지 못한 것 같다. 참된 종교적 열정은 그 민족의 성쇠를 판가름하는 원동력이 되었음은 서구의 역사가 증거하고 있다.
인가의 창조적 능력을 확장시키고 자연정복의 기상(氣像)을 드높이며 근면과 검소한 생활태도 협동봉사의 정신을 기르는 즉 정신혁명의 밑바탕으로서의 종교적 생활태도가 오늘의 서구문명을 탄생케 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편 정체와 파쟁과 혼란의 극만은 달려왔던 우리 민족은 종교가 없어서가 아니라 종교의 내면적 진수(眞髓)를 실천하지 못하고 외곽만 흉내내었을 뿐이 아닌가 싶다.
먼 옛날 우리 조상이 이 땅에 새로운 살림을 시작할 때 소위 「샤마니즘」이 민족 고유의 종교로서 등장하였으나 이는 저술성(㫛術性)과 현세 이익을 위주로 하는 공리성이 있는 자연숭배의 민속의식(民俗儀式)이었다. 그 후 삼국시대에 들어와 고려조의 국교가된 불교는 이 「샤마니즘」과 융합하여 귀신숭배의 공리적 사고(思考)와 현실도피의 소극적 은둔사상을 빚어내었을뿐 불교 본래의 자비나 포용성은 어느 듯 사라지고 말았으며 유고 역시 인의예지(仁義禮智)의 현실적 생활에 기반을 둔 이상주의적, 도덕적, 윤리관은 점차 거세(去勢)되어 형식 윤리로 변화되었고 당쟁과 파쟁의식을 조장하였으며 이조 멸망의 소인(素因)이 되지 않았던가?
그 후 서구문명의 이입(移入)과 더불어 그리스도교가 이 땅에 들어왔던 초기에는 굳건한 자기 신앙의 고수를 위하여 목숨까지 내 바쳤던 빛나는 기개가 있었던 시대에는 무엇인가의 목표 의식이 확고하였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을 돌이켜 보건데 한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가 되고자 「에꾸메니즘」이 세계적 운동으로 전개되고 있어 겉으로는 활기진 환영의 뜻이 있는 것 같으나 실천적 단계에 가서는 아집과 공리적 사고에 사로 잡혀 있는 현상을 보면 암담하기만 하다. 구김살 없는 서로의 대화를 통하여 한 그리스도 안에 「하나」가 되고자 하는 신앙인의 각성만이 우리가 살 수 있는 길이라고 믿는다.
楊아오스딩(광주·남상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