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장림절이 시작된다. 즐거운 크리스마스가 박두해 있다는 것을 자연 상기하게 된다. 고요하고 소박한 철이면서도 아늑한 동경과 성스러운 희망에 가득찰 수 있는 철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늘 장림 첫주일의 교회전례는 아직 성탄의 환희를 고하진 않는다. 두려운 세계종말과 엄위하신 심판자로서의 그리스도의 재림을 예고하면서 우리의 참회를 촉구하고 있다. 따라서 이 장림절의 의의는 성탄축하를 화려히 준비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보다 더 세상 마치는 날에 다시 오실 그리스도를 대망하면서 우리의 생활 자체를 참되이 믿음과 소망과 사랑으로 단장하는데 이 철의 의의가 있다.
우리는 물론 오늘 그리스도 강생 이후의 시대에 살고있다.
그는 또한 이 시간 안에 현존하신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아직도 그의 내림을 기다리고 있다. 이것은 하나의 큰 신비이다. 그러나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천주께서 우리에게 약속하신 구원이 아직 우리 안에 완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 더욱 성장해야 하고 세계는 그 끝날에 이르기까지 구원 즉 그리스도를 필요로 하고 있다.
장림절은 그리스도교적 소망과 인내가 무엇인지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때다. 여기에 가장 대표적인 우리의 표양은 이스라엘백성, 그중에도 이사야와 요안 세자 같은 구약의 예언자들일 것이며 또한 성모 마리아이시다. 이들은 온갖 환란의 시련에도 불구하고 신앙과 인내를 잃지 않고 꾸준히 오실 「메시아」를 기다리며 살았다. 따라서 이 철의 정신 깊이에 들어가기 위해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우리의 미온적인 신앙생활에 대한 반성과 회개이다.
초대교회 신자들은 그리스도의 재림을 기다려 처음은 침식을 잊고 현세사에 무관심할 정도였다. 그들은 그들이 죽기 전에 그리스도 다시 오실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리스도 끝내 오시지 않았을데 그들은 마치 강생구속도 없었던 양 또한 현세가 전부인양 육신생활에만 몰두하기까지 되었다. 오늘의 우리의 문제 역시 같을 것이다. 우리가 그리스도 오심에 거의 무관심하다는 것은 결국 현세에 치중하여 물질생활만을 추구하는 데서가 아닐까?
그러나 우리가 진실히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면 또 그만이 우리의 삶이요, 세계의 구원, 역사의 의미임을 믿는다면 우리는 그의 임하심을 초조히 기다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우리 마음은 그를 갈구하는 사랑에 가득차 있을 것이다. 『형제들이여! 잠에서 깰 시간이 된 줄 아나니 지금 우리 구원은 우리가 믿게될 때보다 더 가까왔으니 어둠의 행실을 벗어버리고 광명이 갑옷을 입을 지니라.』(로마서 13장 11-12절) 하신 바오로 종도의 말씀을 우리는 마음속 깊이 새기자! 이같은 생활쇄신이 또한 오늘의 교회가 공의회를 통하여 우리에게 거듭 강조하고 있는 바이다.
물론 오늘 우리는 구약의 예언자들 같이 내일과 미래만을 향해 구원의 「메시아」를 대망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역사적인 사건으로서의 그리스도의 「베트레헴」 탄생이 되풀이되진 않으리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리스도께 대한 우리의 소망은 현재에 향한 것이며 그의 현존을 토대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가끔 먼 미래에 오실 그리스도를 대망하면서 우리 사이에 계시는 그를 보지 못하고 지나쳐 버린다. 『너희 가운데 서 계신자를 너희가 모르고 있다.』 (요왕 1장 6절) 이같은 요안 세자이 말씀은 오늘의 우리에게도 던져진 경고가 아닐 수 없다.
그리스도는 사실 멀리 계시지 않는다. 우리 가난한 거리에 움막 속에 판잣집촌에 병원과 형무소에 구제가 필요한 도처에 그리스도는 서 계신자. 뿐만 아니라 기다리는 이는 우리가 아니고 오히려 그리스도 이시다고 말함이 더 정확할 것이다.
『보라! 나 문전에 서서 두드리노라. 누 만일 내 소리를 듣고 나에게 문을 열어주면 나 그안에 들어가 저와 더불어 잔치르 렙풀이라』(묵시록 3장 20절) 장림절의 보다 깊은 뜻은 이같은 성경말씀들을 다시 깨우쳐 듣고 우리 문전에 우리 생활주변에 서 계시는 사랑의 주 그리스도를 다시 발견하는데 있다.
현대의 인간실존 특징은 고독이다. 사실 많은 이는 기다리는 사람도 기다려줄 사람도 없는 의로움에 몸부림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같이 고독한 마음 문전에 나를 기다리는 그리스도 서 계심을 상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