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8일부터 25일까지 금년도 일치기도 주간이다. 우리는 비단 오늘날의 요청을 따라서 뿐 아니라 크리스챤정신과 양심에서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이의 일치를 위해 기도하고 그 촉진을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이는 천주님의 뜻이요 『너희들은 하나가 되어라!』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간절한 유언이었다.
이것은 또한 오늘날이 교회가 공의회를 통하여 우리들에게 가르치는 바이요 바로 공의회의 중요목적이다. 이번 공의회가 불러일으킨 세계적인 운동은 일치운동이다.
교회의 일치 인류사회이 일치이다. 공의회늰 이 목적추구를 실증하였다. 공의회에 타 그리스도교회 대표들이 「옵서버」로 참석한 사실, 동서(東西) 교회가 동시에 행한 극적인 파문철회선언 등을 비롯하여 그간의 교회 안팎이 일치운동과 세계와의 활발한 대화접촉 등을 상기함만으로도 우리는 이번 공의회가 얼마나 진지하게 그리스도교 일치와 인류의 단합을 추구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왜 교회가 오늘날에 와서 이같이 일치를 추구하고 그 달성을 간절히 빌면서 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앞서도 지적한 그리스도의 뜻인데서 나아가 오늘날의 세계가 어느때보다도 이같은 일치와 단결을 필요로 하고있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와 세계의 비참한 모습은 하나는 분열상이다. 사상의 분열, 민족의 분열, 정치의 분열, 급기야는 종교의 분열로 우리의 현실은 오늘 이같이 어떤 불안의 도가니로 말려들어가 있다. 아니 이 분열상은 개개인의 인간 실존 안에서도 절감할 정도로 심각하다. 현대인은 모두가 고독하고 모두가 정신분열증에 걸려있다.
분열이란 어떤 면에서 진리의 상실, 사랑의 결핍을 뜻한다. 이 말을 달리 그리스도교적으로 표현하면 그것은 바로 천주를 잃고 그리스도를 떠난 것을 뜻한다. 왜냐햐면 진리와 사랑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요 하나의 이념이나 감정만이 아니요 궁극에는 진리 자체 사랑 자체이신 천주님이시요, 이를 계시하고 실증하신 그리스도이시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일치를 위해 무엇보다도 앞서 추구해야 할 것은 다른 무엇도 어느 누구도 아닌 천주님과 그리스도이시다.
교회가 추구하는 일치는 결국 성삼위일체(聖三位一體)이신 천주와의 일치이요 천주성신이 이 일치의 원리되신다.
그때문에 오늘날의 교회는 공의회를 통하여 일치의 전체조건으로서 먼저 그리스도신자들이 그리스도와 천주께 돌아가는 회개를 부르짖고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들의 신앙의 생활화이며 교회쇄신이다.
과연 그리스도교의 분열이 중요원인은 크리스챤들이 이름뿐의 크리스챤이요 진리이신 천주를, 사랑이신 그리스도를 현실에 충실히 살지 않는데 연유돼 있다. 일치의 원리이신 성신의 감도를 따르지 않는데 있다. 성신의 감도를 따라 천주의 나라와 그 의(義)를 찾고 그리스도교의 가장 큰 계명인 사랑을 현실에 시현했던들 그리스도교는 분열되지 않았을 것이요 부쟁과 갈등의 연속극을 벌이고 있는 인류사회의 비참도 적었을 것이다. 오늘날의 세계가 신(神)을 부정하고 교회를 떠나 그 자체의 무론신적, 무종교적 세계를 건설하게 된 것도 그 탓은 결국 우리들, 크리스챤들의 불충실성에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스도교 일치는 오늘의 모든 크리스챤들에게 부여된 지상명령이다. 그렇다면 크리스챤인 우리들이 명실상부한 크리스챤이 돼야한다는 것은 그보다 앞선 지상명령이다. 일반적으로 보아 한국교회 안에 교회일치에 대한 각성이 희박하고 거의 「제로」에 가까운 실정이라는 것도 근본 원인은 우리들이 참된 의미의 그리스도교 생활을 영위하고 있지 않는데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일치운동이 대외적인 접촉과 활동에만 있는양 생각해서는 안된다. 환언하면 다른 교파의 크리스챤들과 대화를 시도하고 무슨 위원회, 초교파 「서클」운동을 활발이 전개하고 있으면 어느날엔가는 일치의 목적이 달성되리라고 믿고있어서는 안된다.
물론 이같은 대화와 운동을 활발히 전개해야한다. 그러나 우리 자신의 크리스챤생활 쇄신이 앞서지 않으면 그런 운동과 대화는 그 자체 아무리 값진 것이라 할지라도 거기서 참된 결실을 거둘 수는 없을 것이요, 도시 일치에 대한 각성조차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때는 바야흐로 이같은 신앙쇄신을 촉구하고 있는 특별기도성년이다. 금년 일치기도주간에는 어느때 보다도 단지 교회일치를 위해 기도할 뿐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내적 신앙쇄신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 그것과 함께 필요한 것은 또한 오늘날의 교회가 공의회를 통하여 우리에게 가르친 진리와 사랑을 터득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것은 다름아닌 공의회의 각종 교령(敎令)들을 깊이 연구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도록 전심전력하는 것이다.
이같은 견고한 바탕이 우리정신과 생활가운데 구축될 때 비로소 우리는 사회를 정화시키고 결합시키는 누룩이 될 수 있고 세상의 어두움을 밝히는 진리의 빛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서부터 우리는 또한 참된 의미의 사랑의 대화를, 갈라진 형제들과 나눌 수 있을 것이요 만인을 천주께 인도하는 인류의 가족적 단결에 매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