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교황 바오로 6세는 작년(1964년) 4월에 부활후 제2주일인 「착한 목자주일」을 사제 및 수도자 혹은 기타 사도직성소를 위한 세계 기도일로 정하고 해마다 이날에 전성교회가 이 목적을 위해 기구하도록 호소하였다.
교황께서 이같이 한 주일을 「세계성소기도일」로 정한 이유는 말할것도없이 성소증가를 위해 기구하고 힘써야할 필요성이 어느때보다도 오늘날 격증해있기 때문이다.
물질 문명위주로 질주하고 있는 현대세계는 물론 그 정신의 불안과 빈곤이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교회의 사도직성소증가의 필요성을 인식치못하고 있다. 세속은 오히려 반대로 수도자와 성직자들을 현실사회에서의 이탈자들같이 간주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개중에는 특히 무신론적 공산주의자나 그 동조자들은 이들을 사회와 인류발전의 장해물같이 사갈시하고 있다.
그러나 사제들과 수도자들은 한 민족안에서는 그 민족의 구원자들이고 세계안에서는 전인류의 구원의 십자가를 지고가는 자들이다.
누구보다도 그리스도의 사제(司祭)들에게 교회와 세계의 운명, 미래가 달려있다.
세상이 이 사실을 긍정하기는 힘들 것이다. 과연 돈도 정권도 무기도 없는 이 사람들이 내일의 세계건설을 위해 무엇을 할수 있겠는가? 우리 신자들 중에서도 이같은 명제(命題)는 너무나 지나친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가 구제될수 있는 것은 오직 불멸의 진리로써만이요, 인류가 영원히 살기 위해서는 오직 어떤 영원한 생명력, 죽음까지도 쳐이기는 생명력만으로 써다.
환언하면 인류는 오직 그리스도를 통하여서만 구원될 수 있다. 그런데 그리스도는 당신의 구속사업이 교회를 통하여, 교회의 사제직을 통하여서만 계속되게 하셨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사제없는 세계는 빛도, 생명도, 구원의 희망도 없는 세계이다.
오늘 이날을 교황께서 「세계기도성소일」로 정하고 그리스도의 교회의 일군들의 성소증가, 그 중에서도 사제성소증가를 위한 기구를 호소하는 진의는 실로 이때문이다. 그것은 결코 교회의 문제, 더구나 교회의 외적세력 확장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인류구원을 위해서이고 어느때보다도 오늘의 인류세계가 그리스도의 교회의 사제직을 통한 구원을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세계는 분명 그 물질문명에 있어서 고도로 발전해있다. 내일의 더 큰 비약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그러나 그같은 현대세계와 현대인은 정신적으로는 깊이 병들어있다. 그리스도 없이는 현대세계의 구제는 불가능하다는 절박감을 우리는 도처에서 감지하지않을수 없다.
위선 우리나라의 현실만 하더라도 그렇다. 신자라면 누구나 다 정치, 경제, 교육, 특히 윤리면에 있어 퇴패일로에 있고 정신적인 공백과 병고로 인해 극도로 신음하고 있는 이 사회와 민족의 참된 구원은 그리스도와 그의 복음안에서만 찾을수있다는것을 절감치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디서보다도 이 나라 안에, 이 민족에게 구원을 전할 그리스도의 사제들과 수도자 기타 사도직봉사자의 증가가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실정은 『추수할 것은 많으나 일군은 적다』는 성경말씀같이 이 나라의 주의 포도밭에 일하는 일군의 수는 너무나 적다.
그 중에서도 사제의 수부족 문제는 심각하여 남한(南韓)만 하더라도 2천7백만을 넘는 총인구에 비해 불과 6백여명이다. 이 숫자만으로는 70만 신도들의 사목의 현상유지에도 급급할 처지이며 더구나 이 민족전체의 그리스도화라는 궁극목적 달성은 실로 요원하다 아니 할수 없다.
물론 전교를 해야할 사람들은 사제들만이 아니다. 수도자나 전교회장들마니 아니다. 전 교회가, 65만 신자전부가 복음전파의 역군이 돼야 한다. 그러나 사제들이 있어야 한다. 신자들이 신앙안에 살기위해서 이나라 전체가 그리스도교화 되기 위해서 누구보다도 더 많은 사제들이 우리안에서 나와야 한다. 왜냐하면 이들은 교회 생명활동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는 본란을 통하여서도 전국신자들에게 오는 이 주일뿐 아니라 계속하여 교회의 사도직 성소증가, 그중에서도 사제성소증가를 위해 간절히 기구할 것과 또한 모든 신자들이 특히 모든 가정의 부모들이 성소육성을 신자로서의 의무로 자각하기를 호소하는 바이다.
왜냐하면 성소는 천주님의 부르심이요 위에서부터 내려지는 것이나 동시에 우리안에서 그것을 받는자 나와야 하고 어디보다 가정이 성소의 좋은 온상이되기 때문이다.
결혼은 성사(聖事)이고 천주의 나라를 성장시키는 생활한 세포들이다.
그러나 그 결혼생활의 의미와 목적의충일은 거기서부터 천주께 자기를 바친 자녀들이 배출되는데 있다.
사회와 민족의 구원자들이 그 결혼과 가정에서 나올때 그 결혼과 가정은 가장 큰 영광을 받게 된다.
「세계성소기도일」을 맞이하면서 성소 문제의 중대성에 대한 신자들의 자각과 아울러 전국적인 기도와 계몽운동이 전개되기를 희구함과 동시에 특히 청소년, 학생층에서 그리스도의 부르심을 받고 그를 본받아 이 민족구원의 십자가를 질 용감한 역군들이 많이 배출되기를 염원해 마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