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그리스도를 세계 속에, 인류의 마음가운데 모셔갈 중대 사명 앞에 서 있는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신앙태도의 쇄신이 사회참여를 위한 기초확립이다. 즉 평신도교육이다. 우리 앞에는 방금 대장간에서 만들어온 두툼한 괭이가 놓여있고 기름진 땅 그 위에 서있다.
이것을 위한 공의회에 의해 제정된 태세는 2천년 사상, 그 어느때보다 더 희망적이고 씩씩하며 늠름해 보인다. 『가서 만민에게 복음을 전할』 진군의 준비가 다시 가다금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 우리 한국신자들의 자세가 그 팔뚝이 방금 벼러온 괭이를 힘차게 울러멜 수 있고 그 땅 위에 심은 과목에서 알찬 열매를 맺게할 수 있는지 절실히 반성해야 할 때에 있다.
즉 오늘 한국신자들은 교회의 지체로써 교회활동에의 참여의식이 투철한가? 반면 교회는 『신자 각자의 신분과 능력을 따라 사도직 사명완수』를 위한 교육을 충분히 했으며 환경조성에 진력했는가?
간단히 말해서 모두 무관심하거나 소극적이라고 하면 과언일까? 대내적 대화의 광장도 두절되었고 계획도 없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작전계획이 없는 무방비상태, 무기없는, 전의(戰意)를 잃은 군대다.
금년 병인년 순교백주년을 맞으면서 우리는 반성과 쇄신의 뜻깊은 시기에 놓여있다. 우리 선열들은 어떻게 복음을 찾았고 어떤 환경 아래서 이를 수호하고 전파했는가 되새겨보자. 존경과 감탄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들의 용맹과 슬기와 투지는 우리안에 분명히 있다.
다만 사장(死藏)된 채 있다. 무관심, 나태, 안일, 고지식, 비협조, 소극성 때문이다.
지각(知覺)이나 주체의식의 결여가 원인이기도 하다.
그러면 평신도 교리교육현황은 어떤가? 예비기간중의 문답에 의한 20시간 내지 60시간의 교리교육과 주일강론, 교회출판물(질과 양 그리고 독서열에 있어서 지극히 미약한) 구독이 고작이다.
한편 3년전부터 시작한 청주와 인천교구 및 왜관감목대리구의 명도회 혹은 회장단 강습회, 서울의 가톨릭교리학원의 평신도 양성, 왜관피정의 집, 부산 동항동본당의 사랑의 집이 매년 수회 주최하는 교리교사 강습회가 모두다.
방대하고 심오한 진리를 이처럼 무력한 힘으로 만민에게 전해질 것을 기대하는 것은 코끼리를 개미 등 위에 실으려는 무모(無謀) 그것이다. 20세기 물질문명, 이기주의, 허무주의, 오만, 신(神) 불신사조 앞에 너무도 나약한 도전자다. 그리스도 구세의 대설계가 이토록 무력한 백성들에 의해 건축되기란 바랄 수 없는 것이다. 한국교회의 질적 향상의 부진이나 냉담자의 속출의 원인도 상기한 이유에서 발행한 것이다. 즉 교리교육, 신앙심 앙양의 부족때문임은 재론을 요치 않는다.
노 대주교님을 위시한 한국 주교님들이 공의회서 귀국한 후 공의회 정신 개몽 및 의결사항 실천계획수립을 위한 주교회의가 곧 소집될 것이라고 언명했다.
이자리에서 분명히 평신도 사도직 문제가 논의될 것이 확실하기에 우리는 동 논의가운데 평신도 교육의 적극적 계획을 깊이 고려할 것을 제의하는 바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교회와 공의회가 수립한 원대하고 거창한 계획을 수행하기에는 오늘 한국평신도는 너무나 무력하고 바탕조차 가지지 못했다.
신앙적 주체의식과 교회의식(意識)의 배양없이는 『그리스도의 사제적, 예언자적, 왕적(王的) 직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고 『그들 자신의 소명을 따라 세속적인 직업에 종사하는 가운데 그리스도를 전하며 신 · 망 · 애 삼덕에 빛나는 생활을 함으로』 인류사회안에 그리스도를 온전히 증거할 것을 바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싯점의 한국 교회안에 가장 시급한 것은 평신도 교육이다.
또한 이렇게 하는 것은 당장 우리가 해야할 쇄신의 원동력이며 그 시작이기도 하다.
이와같은 요구는 공의회가 반포한 헌장이나 율령이 강조한 바로 그것이다.
특히 공의회 평신도사도직 율령은 평신도사도직 교육의 절대 필요성을 강조하여 『완벽한 교육을 통하여서만 사도직은 최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하였고 이 교육에 대한 사목기관의 책임이 중차대(重且大)함을 밝혔다.
우리는 자주 평신도의 교회활동 참여를 적극 강조하는 말들을 들었다. 그러나 어디서 무엇으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이와함께 주교회의 역시 공의회 같이 평신도들이 의견을 청취해 주기를 아울러 건의하는 바이다. 그것은 「교회헌장」이 명시한대로 『그리스도의 형제로서 응당 가진 자유와 신뢰감으로 자신들의 요구와 원의를 목자들에게 개진하고 「교회의 유익」을 위한 그들의(평신자) 의견을 발표할 수 있는 의무』를 수행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이며 다시 「교회의 유익」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구원을 위한 힘찬 진군의 앞장을 설 모든 신자들은 재각성하여 그리스도 왕국 건설을 위해 영세 및 견진성사에서 받은 그리스도 신자 실존의 의의를 통감하고 내적 쇄신을 서둘 것이며 소명을 실천하기에 충분한 준비를 해줄 것을 요망한다.
이상에서 말한 교리교육을 위해 복음읽기, 교회 출판물 구독, 피정장려가 겸행돼야할 것을 절감(切感)한다. 이는 교리교육의 첫단계이요 중요한 시작이어서다. 이 교리교육은 어디서보다 먼저 모든 본당 공소에서 적극 추진되도록, 그리고 전국적인 것과 교구마다 평신도사도직에 참여할 「에리트」들을 위한 교육기관의 상설을 제의한다.
이렇게 「말씀」과 「사랑」으로 천주의 백성이 무장할 때 그들의 인류에게 향하는 길은 신념에 차고 빛날 것이며 그 터전은 굳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