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원 단장에 하얗게 탱자 꽃이 피었다. 이토록 짙푸른 사나운 까시속에 피어난 이 청초한 꽃곁에 서면, 문득 여기 끝없이 뻗어 나간 길위로 살아져간듯한 한 여인의 슬픈 「이미지」가 떠오른다. ▲「길」(영화)의 여주인공 제르소미나는 떠돌이 곡예사 잠파노에게 마치 원숭이처럼 끌려다니는 「삐에로」였다. 이 사나이의 그녀에 대한 유린과 모독은 바로 이세상 모든 죄악의 상징이다. 어느날 그녀는 잠파노가 행패끝에 경찰에 붙들려간후 같은 곡예사인 한 선량한 청년과 이런뜻의 이야기를 한다. ▲『우리들의 신세는 마치 길거리에 달려있는 돌맹이 같다. 대체 이런 인생에도 무슨뜻이 있을까?』 『…허지만 이 작은 돌맹이는 그 돌맹이대로의 단한번의 의미가 있는 존재다.
이것은 어떤 다른 보석으로도 바꿀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대로의 한번 밖에 없는 이 생의 뜻을 충실히 채우지 않으면 안된다.』 결국 그녀는 잠파노를 다시 맞이하여 학대끝에 병들어 거리에 버려진채 홀로 죽어갔다. ▲이 제르소미나는 그리스도교의 전통적 여인상의 극단적 표현이다. 그녀는 거의 지능적으론 백치에 가깝고 외모도 보잘나위없는 지극히 연약한 여인이면서 여성의 본성적 깊은 사랑의 뜻을 직관적으로 터득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녀는 자기를 필요로하는 어떤 인생에 대하여 자기 생존의 의의를 겸손하고 진실되이 깨닫고 인간으로서의 극치의 고통일 지라도 감내하는 것이다. ▲현대 여성이 제아무리 그 독자적인 인간 개성의 자유를 부르짖고 이 사회에 대한 외면적가치를 스스로 부여한다할지라도(이것은 여성의 타당한 조건이기도하다. 보다 본질적인 여성의 모성적인 완전성(결여에 대한 보충적)을 이탈하고서는 여성으로서 뿐아니라 그들이 구하는 독자적 인간으로서의 자기구원도 이룩할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여성은 그 생의근원인 사랑의 지향(指向)을 찾지않고서는 생존의 안정을 잃어 매력을 잃게되고, 어리석은 지성의 타산 따위로 이기적이 될때 사랑의 샘터는 메말라, 화석처럼 불행한 존재가 된다. ▲헉스리의 여자란 교양이 있을지 몰라도 보편적 진리나 객관적지식이 무언지 모른다는 말에 대해 어떤 세계적인 명성의 여류작가는 이런 회답을 주고 있다. 『…허지만 여자는 인생의 신비를 직관하고 생의 샘터를 발견함으로써 인생을 윤택케하는데는 남자보다 탁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