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편지는 멀리 월남전선에서 지난 성탄절 본보(5백호)에 실린 위문 편지에 대한 한 회답이다. 필자는 반가운 나머지 성탄도 되기 전 전선에서 바쁜 틈을 내서 우선 몇자 갈겨써 보낸다고 했는데 우편물 지연으로 이제사 도착했다. (編輯者 註)
고국에 계신 여러분! 성탄호 「가톨릭시보」를 통해 우리들에게 보내주신 여러 어린 동생 벗님내의 다정한 편지를 받고 우리는 환성을 올리며 뛸듯이 기뻐햇읍니다. 임태훈군은 즐거운 크리스마스 「프렐」을 잔뜩 마련했다고 자랑했는데 그날 달아놓은 커단 버선 속엔 어떤 선물이 들어있었는지 궁금하군요. 성심학교 「알로이시오」회에선 우리들을 위해 위문품을 보내다구요? 지금 목을 기린처럼 늘이고 기다리는 중입니다.
눈을 감으면 이맘때쯤 흰 눈이 펄펄 날리는 조국의 그리운 풍경이 가슴이 버끈하도록 밀려옵니다.
여기 전선없는 불타는 월남은 제철만난 비가 연일 계속 내리고 무덥기만 합니다. 이러다간 며칠안남은 이번 성탄은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커녕 비나리는 크리스마스가 되겠읍니다.
처음 먼 고국을 떠나 이곳에 올 땐 이국의 향수와 더불어 배에 시달리고 또 부대신설작업, 「베트 콩」 경계하기에 무척 고달펏지만 이젠 모든게 몸에 배이고 단련되어 견딜만 합니다. 게다가 강열한 남국의 태양아래 구리빛으로 검게 그을린 씩씩한 우리들을 상상해보십시요. 우리 주둔지에서 약 60리 떨어진 「퀴논」은 중앙에 우뚝 솟아있는 「고딕」식 성당을 중심삼아 해변으로 길게 퍼져있는 도시이며 거리는 비교적 좁고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있읍니다. 그 속에 삼륜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분비고 있으며 이색적인 것은 「와오자이라」는 옷을 입고 활보하는 여성들의 모습입니다.
농촌엔 남녀노소가 모두 맨발로 다니는 것이 참 이상합니다. 우리가 촌락을 지날때마다 그들은 『짜응짭짭』하며, 먹을 것을 달라고 손을 내밉니다. 언뜻 우리나라 6·25사변이 생각나 마음이 아픕니다. 빨갱이들이 이렇게 세계를 좀먹는 것을 볼 때 한시각이라도 빨리 「베트콩」을 무찔러 굶주리고 공포에 떨며 평화를 찾는 이들을 기어이 구해주고 싶습니다.
이 참경 속에 있는 이웃민족을 위해 싸우는 동안 우리는 참된 인간애가 무엇인지, 자유와 세계평화가 무엇인지 더욱 절시히 깨달았읍니다. 우리 대한의 맹호용사들과 이국군인 또 월남군인이 어깨를 나란히 서로 서로 인간애를 나누며 정의를 위해 싸울 때 우리의 마음도 한층 흐뭇해집니다.
빨리 평화를 주십사고 이곳 「퀴논」성당에선 평화의 상징인 「파티마」 성모상을 멀리 폴투갈로부터 비행기편으로 모셔와 각 본당교회학교 · 고아원 · 피난민수용소 또는 전란 입은 곳곳을 두루 순례합니다. 고국에 계신 여러분 우리도 다 같이 더 뜨거운 기구를 주 성모님께 보내야 겠읍니다.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 속엔 이곳 월남국민들을 위해서도 선물이 있었으면 싶습니다. 그럼 여러분들에게 감사와 보다 행운을 기원하며-.
1965년 12월 23일 맹호부대 포사령부 본부포대 일병 조영일(방지거) 올림
맹호부대 포사령부 본부포대 조영일 일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