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불신앙자의 신앙」이란 말을 듣는다. 곧 신자가 아닌 사람 가운데 신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음을 말하는 것일게다. 이와같은 인간의 역설적인 심리의 단면이 신앙자 가운데는 없을까?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신앙자의 불신」으로 불릴- ▲그 좋은 예가 『나는 무신론자이다. 왜냐하면 나는 참된 기독자이기 때문에』라고 천명하는 미국의 젊은 신학자들. 소위 「신없는 그리스도교」를 외치는 젊은 프로테스탄 신학자들을 들 수 있다. ▲20세기 무신론이 니체로부터 나왔듯이 무신론적 신학자들은 거의 모두 본 회퍼의 「옥중서한」에 대한 해석으로부터 이 신의 죽음, 부재를 부르짖고 「무신론적 그리스도교론」을 주창하고 있다. 그러면 정말 신은 죽었는가? 니체가 사망선고를 내린 신은 우리가 알고 빋고 있는 신과 같은 신일까? 그의 후예들, 곧 20세기 무신론 내지 반신론, 사신론자(死神論者) 사르뜨르, 하이덱가, M. 부버의 3변주곡, 신의 죽음, 부재, 잠식(ECLIPSE)은? ▲그렇다. 가슴에 와 닿지 않는 머리로부터 요청된 신, 인간을 노예도덕의 예속물로 만들고 인간의 자유를 박탈하고 인간을 자기의 종으로 타락시키는 신은 죽었다. 온기라고는 없는 차디찬 신은 말이다. 아니 죽은 것이 아니라 본시 존재치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니체가 그의 온 생애를 바쳐 찾았는데도 결국 신의 사망 선고만 내릴 수 밖에 없었는지 모른다. ▲곧 인간의 한정된 사유로 요청회는, 사유의 산물로서의 신은 참된 신일 수 없을 뿐 아니라 존재치도 않는다. 인간 사슈의 제약성에 제약을 받는 신이 있을 수 있겠는가? ▲적어도 우리가 알고 믿는 신은 우리의 사유를 넘어서 인간이 무엇이라고 하던 그와는 상관없이 존재하는, 그렇다고 차디찬 냉랭한 신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숨쉬며 살고 우리의 벗이되고 우리에게 당신을 계시(啓示)하신 신이다. 인간 역사안에 들어오신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의 천주」이시다. ▲우리도 죽은 신을 안다. 그리스도이시다. 그러나 그는 인간을 위해 죽으심으로 죽음을 극복하시고 부활하심으로 불멸의 생명을 다시 찾아주신 구세주이시며 인간이 만든 무의미한 역사를 의미로 가득채워주셨다. 그는 실로 인생과 인류역사의 의미자체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