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육순주일은 출판물보급주일이다. 해마다 이날이면 우리는 출판물을 통해 진리의 씨를 방방곡곡에 뿌릴 것을 다짐하고 잠깐동안이나마 교회출판물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게 된다.
그러나 금년은 『공의회가 목적한 바대로 각자의 신앙을 쇄신하고 가정과 사회 및 모든 생활영역에 천주의 나라가 풍성히 임하기를 기원하는』 특별기도 성년중에 출판물 보급 주일을 맞이하는 우리의 감회는 예년보다 다를 뿐 아니라 또한 우리의 결의도 전혀 달라야 함을 통감한다.
왜냐하면 교회출판물은 모든 신자들의 신앙생활 증진와 교회쇄신, 교회일치 및 세계와의 대화를 촉구한 공의회의 가르침을 전체교회와 사회전역에다 소개하고 전달하며 설명해야 하는 중차대한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궁핍한 한국교회의 출판계 실정과 그 대책의 지지부진, 그리고 무엇보다도 신자들들의 무관심도가 너무나 크다는 것을 절감하면서 공의회의 성패를 좌우할 언론출판의 책임을 유감없이 완수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우리는 첫째 한국주교회의가 언론출판을 위한 전문위원회를 신속히 설치하고 극력지원할 것을 호고한다.
주지(周知)하는 바와 같이 한국의 가톨릭신자수는 전체 국민의 3%에 불과하고 성직자의 수도 너무나 적기 때문에 교회의 지상과제(至上課題)인 복음전파를 완수하기에는 힘이 벅차다기 보다 거의 불가능한 처지이며 더우기 무신론적 물질주의와 허무주의, 향략주의 등이 시중에 범람하는 사태를 볼 때 진리 전파의 도구인 교회출판물 육성의 필요성은 절대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이때까지 한국교회는 출판사업 육성에 따르는 허다한 난관을 극족하기 위해 어떤 대책을 강구했던가? 한국교회는 그 난관을 극복할려고 노력했다기보다 오히려 이를 회피해버린 인상을 주고있다.
다행히도 성신의 감도를 충만히 받은 이번 공의회는 1963년 12월 4일 「매스콤」 육성에 관한 율령을 반포했다. 『그리스도교적 교육과 구령에 필요한 「매스콤」을 이용, 소유함은 교회의 기본권리』임을 천명한 이 율령은 『주교들은 그들의 사명 가운데 신자들이 「매스콤」의 수단을 빌려 자신과 인류가족의 구원을 위해 힘쓰도록 가르치고 지도할 의무가 있다.』고 선언하고 각국에 언론출판을 위한 전문기구를 설치할 것을 명백히 지시했다. 그러므로 우리는 공의회가 제시한 교회출판물에 대한 이같이 구체적인 방안이 우리나라 안에도 곧 실천에 옮겨지기를 기대해 마지 않는다.
둘째로 우리는 교회의 모든 성직자들이 교회출판물 없이 오늘날의 교회가 공의회를 통하여 제시한 신앙의 생활화도 내적 쇄신도 이룩할 수 없음을 인식하고 신자들에게 출판물 이용을 계속 권장해줄 것과 예비신자를 위한 교리강습 중에는 반드시 『교회 출판물을 읽어야 한다는 의무』를 강조해 줄 것을 당부한다. 연중행사에 불과한 한 차례의 특별강론만으로 이 시대의 교회 출판물의 절대필요성을 신자들에게 납득시킬 수는 없으리라 본다.
미사중 강론때마다 『공의회의 가르침을 따라…』라는 말을 무슨 공식서언처럼 곧잘 들을 수 있지만 그 가르침이 무엇인지 모르는 신자들은 눈만 섬벅거리면서 졸고 앉았을 뿐이다. 그들은 사제로 하여금 신자들과 마주보고 미사를 드리게 하기 위하여 2천5백명의 교부들이 3년동안 회의를 했는가보다 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제 각 본당은 레지오, 청년회, 학생회로 하여금 공의회의 가르침이 실려있는 출판물을 가지고 함께 연구하며 토의함으로써 그 가릐침을 생활화 할 때가 되었다. 새로이 학생이 된듯한 겸손으로 모두가 공의회를 연구해야 하며 이는 오직 교회출판물을 통하여서만 가능한 일이다.
추수할 것은 많으나 일군이 적은 한국교회가 출판물을 통한 인재양성과 포교없이 무슨 재주로 그리스도게서 위탁하신 절대적인 사명을 완수할 수 있겠으며 영세때의 문답교리와 1년에 한두번의 찰고로 놀랄만큼 증가하는 냉담자의 수를 어떻게 억제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교회의 진리를 전파하는 도구이며 신자들을 교육하는 수단 및 교회의 권리를 옹호하는 무기』인 교회출판물 이용이 시급하다.
세째로 모든 신자들은 교회출판물을 애독하여 그리스도교 정신으로 충만한 양식을 얻을 뿐 아니라 『사랑과 우정을 펴는 도구』로 이용하여 비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 교회출판물 보내기 운동을 활발히 전개할 것을 권고한다.
공의회는 「매스콤」에 관한 율령을 통해 『신자들은 그리스도교적 판단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톨릭신문을 읽고 보급해야 함을 확신한다. …「매스콤」의 미비로 인해 구원의 말씀전달이 구애를 받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신자들이 이를 수수방관만하고 있는 것은 용인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제2차 대전(大戰)에 패망한 독일을 재건한 아데나우어 수상은 『국가는 신(神)의 원리를 따라 다스려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멸망한다.』고 말하였다. 우리나라를 구하는 길도 따로 있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명은 첫째로 한국 가톨릭의 평신도들에게 부과돼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모든 평신도는 자각하고 그리스도의 진리와 사랑을 전파하는데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며 그같은 사명수행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교회출판물 육성에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오늘날의 평신도중 어떤이는 「합송미사」 한권으로 나날이 거세게 밀어 닥치는 반그리스도적인 시대사조에 대적하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교회출판물 값이 너무 비싸고 신통치 못하다는 불평만을 토로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단순히 출판사만의 책임이라고 보기에는 얼른 수긍이 가질 않는다. 그에앞서 우리는 오늘날의 이같은 교회 출판물 부진상은 모든 신자들과 교회당국의 무성의 내지 무관심 때문에 병든 소걸음을 면치 못했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교회출판물을 멸시하는 이는 멸시받을만한 출판물밖에 가지지 못한다.』는 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제 모든 신자가 교회출판물에 대하여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서로 토론함으로써 편집부와 대화의 광장을 마련하고 발전을 기약할 수는 없을까? 진정 오늘날의 교회 출판물로 하여금 시대를 지배하는 진리의 표현기관으로 육성시키기 위하여 전체교회가 희생적인 봉사정신으로 공동자전을 펼 수는 없을까?
이렇게 모든 성직자와 신자들이 하나의 목적을 갖고 하나의 방향을 향해 하나의 신념으로 공동노력할 때 우리나라에도 기적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생명, 풍성한 성총이 한꺼번에 내리 쏟아진 새로운 성신강림의 기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