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동서를 막론하고 인정에는 차이가 없고 향수에 젖으면 감상(感傷)에 흐른다. 이즈음 왕조(王朝)에 대한 향수를 우리도 실감하고 있다. 그러나 「왕조」하면 전근대적인 것 같은 인상을 갖기가 일쑤였고 영국, 벨기 등 선진국민들이 왕실에 향수를 느끼고 그안에서 조국을 느끼는 것을 잘 이래하지 못했었다. 이들과는 차이가 있을망정 윤황후의 장례를 치루면서 우리도 무엇인가 그리움에 젖어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서울 남산에 1억원이나 들여 세우겠다는 단군상에서는 웬일인지 그런 향수를 느낄 수 없을 것 같다. 『머리카락, 손 발톱을 바치는 신앙적 정신으로 민족주체의식을 기대한다』는 당국자의 뜻에 어긋나서 국민들이 향수를 느끼지 못하면 동상건립의 의의는 허무해진다. 동끼호떼나 희랍 신화에서 느낄 수 있는 환상적 향수와 신념이나 신심을 전제로 하는 정신적 귀일(歸一)은 차원이 다르다는 것은 단정할 수 있다. 신화적 허위에서 주체의식이란 적극적 진심을 바랄 수 없다는 것은 논리적 귀납이다. 『물에 빠지면 짚푸래기도 잡는다.』는 식의 몸부림이나 의욕과잉이라기에는 지나친 도박이니 정치인의 사고가 이성적이고 논리적 건설적이길 바라는 것은 동상건립문제만이 아니다. ▲1억원이란 돈을 얘기를 사탕값 정도로 생각했을 것으로는 믿지않는다. 굶고 헐벗고, 여윈 국정(國情)을 몰라서가 아닐 것이다. 『그것 말도되지 않는 소리』로 혹은 『조그마한 것으로 문화적인 의의 정도에서 그친다면 또 모른다.』는 것이 여론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모종교단체서는 새종교운동으로 보고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으니 『쥐잡으려다 독깨는』격의 민족분열의 우려가 적지않다. ▲그 흔했던 저돌적(猪突的) 강행이나 조령모개(朝令暮改)식의 비이성적 정책운영, 목적의식의 불투명성, 쉽사리 발동되는 적개심이 재발되지 않을지 걱정이다. 동상건립보다는 부정 · 부패와 시작한 소위 「5대사회악 소탕」 「5개년 계획」 추진을 서둘르고 생활철학의 건전화와 올바른 애국심 배양에 진력함으로써 건설과 복지를 지향하는 것이 현명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