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성요셉성월이다. 요셉 성인은 임종자의 주보이시지만 한편 노동자의 주보시다. 3월은 겨울이 가시고 새 생명이 싹트고 약동하는 대자연과 함께 앞날을 개척해야 하는 노동의 계절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3월 10일 「노동절」로 정한 것은 노동의 이같은 신성성을 가르치는 듯하다. 먼저 교회가 가르치는 참된 노동의 가치와 그 의의를 말하고 싶다.
고래(古來)로 우리사회는 노동을 천시하고 노동을 천민의 불가피한 생활수단으로만 간주해왔다. 손에 흙을 묻히지 않는 자가 곧 양반이요 그 경지에 도달해야만 비로소 삶의 보람이 있는 양 생각해왔다. 오늘 우리가 못사는 후진국으로 처진 중요원인은 여기에 있지 않는가 생각한다. 그러나 창조주께서 인간을 창조하고 그들에게 주신 특전이 곧 노동이란 사실을 잊지말아야 한다. 구약의 인간 창조설에 보면 『바다의 고기와 하늘의 새와 가축과 모든 들짐승과, 땅 위에서 기는 모든 길짐승을 다스리게 하리라』(창세기 1,18)고 말하고 있고 이렇게 천주께서는 원조 범죄 이전에도 해야할 일을 인간에게 세상에서 활동하게끔 창조되어 있고 활동함으로써 인간성을 완성할 수 있게 되어있다. 이것은 곧 노동을 통해서만 되는 것이므로 인간과 노동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노동없이 인간은 생계를 유지할 수 없을뿐 아니라 발전도 자기 완성도 기할 수 없다.
노동은 인격의 완성임과 동시에 또한 노동은 천주의 창조에의 참여로써 천주의 영광을 드러내는 길이다. 천주님은 우주를 창조하되 부분적으로는 그 완성을 인간에게 일임함으로 노동의 가치를 드러내고자 하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노동은 곧 천주의 창조사업을 완성시키는 길이요 천주님의 거룩한 사업을 협력하는 가장 거룩하고 신성한 길의 하나이다.
이제 3월 노동의 계절을 맞이하여 우리의 노동 정신을 반성해보자. 우리는 노동을 귀찮고 지기여운 것으로 생각하기 일쑤다. 노동을 원죄의 벌이라고 단정하기조차 한다.
인간은 영혼과 육신이 결합된 존재이기 때문에 노동에도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정신노동 다른 하나는 육체노동이다. 여기서 정신 노동자는 육체노동자를 얕보는 그릇된 정신이 있는가 하면 육체노동자는 정신노동자를 지나치에 선망하고 증오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어느것도 천주의 뜻이 아니다. 우리는 어떤 노동을 하든지 노동의 신성성을 지니고 그 가치를 깨닫고 해야하겠다. 우리 크리스챤의 노동은 노동을 위한 노동이 아니며 그것은 완덕에로 나가는 기본적 방법의 하나이요 천주의 뜻을 따르는 근본정신에 입각한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참된 노동관을 우리의 생활을 통해서 주위 노동자들을 성화하는데 앞장서야 하겠다. 공산치하에서 강제 노동을 해야하는 그들의 인간 노예성을 불식하는데 우리는 책임을 느껴야 하겠고 순간적인 물질적 이해 타산에 좌우되는 노동자들에게 노동의 참된 의의를 깨우쳐야 하겠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에게 맡겨진 의무를 완성하는데도 게을리 말아야 하겠다. 자기가 맡은 일에 책임감이 없다는 것은 노동의 가치를 모르는 소치라 하겠다. 특히 그것이 직접 천주님의 사업을 돕는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오늘날 우리 교회가 해야할 일은 너무나 많다. 그리스도의 구속사업을 직접 돕는 일 이상 위대한 것이 또 있겠는가? 작은 일을 하되 많은 가치를 결과케 하느 ㄴ것이 지혜로운 자의 노동정신이다. 우리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상기한 바 그리스도의 구속사업을 도와 완성시키는 일이라면 우리도 작은 여유를얻어서라도 사도직에 종사해야 하겠다.
평신도의 사도직이 강조되는 이때에 우리는 그리스도의 포도밭 일군으로 일할 수 있다는데 스스로 자부하여 이왕이면 거룩한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겠다. 그리하여 각계 각층의 노동자 세계안으로 그리스도의 복음적 노동정신이 모든 평신도들의 노력으로 전달 · 실천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거룩한 노동의 달에 우리는 우리가 지닌 노동자의 가치관을 재음미하고 노동자의 주보 요셉성인에게 ㅇ뤼시대에도 위대한 노동자들이 나오기를 기원해야겠다.
노동은 자기 완성의 길이요 천국으로 가는 길이다. 인생이 허무하다거나 무상한 것으로 개탄하는 사람은 땀흘려 일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쓰지 않는 연장은 녹쓴다. 그리고 흘러가는 물이 썩지 않는 것은 물이 잠시도 멈추지 않고 흐르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도 이와같아서 꾸준히 쉬지 않고 노동하는 자만이 녹슬지 않는 참 모습의 인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