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년도 새학년이 시작된지로 벌써 오래되었다. 새학년이 시작될 때마다 가톨릭에서 경영하는 학교에서는 종교시간을 만들 것이냐 그만둘 것이냐 하고 왈가왈부하는 학교가 있는듯 하다. 전국적으로 보아 가톨릭에서 경영하는 학교의 수가 퍽 많아지고 있는데 그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종교시간을 두어 종교교육을 하고있지만 아직도 일부 학교에서는 엄연히 가톨릭재단의 학교이고 성직자 수도자가 교단에 오르면서도 종교시간을 두지 않는 학교가 있다.
도대체 가톨릭에서 학교를 경영하는 터무니가 무엇인지 물어보고 싶다. 우선 바쁜 성당건축까지 포기하고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여 학교를 하는 이점이 어디에 있는가?
물론 여기에는 여러가지 답변이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한국은 전교지방이요 우선 쏟아져나오는 구도자들을 지도하는 것이 급선무인 우리의 형편이 아닌가? 물론 학교사업도 전교사업에 커다란 영향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교회학교에서 교회정신을 직접적으로 불어넣지 않는다면 어디서 이것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금번 공의회가 가르친 가톨릭학교의 교육문제에 있어서 가톨릭학교에서는 으례 그리스도의 정신을 그 바탕으로 해야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학교 실무자들은 여기에 대해 어떤 이유라도 붙이겠지만 길게 열거할 필요없이 프로테스탄의 학교를 보면 어떠한 이유도 당치않다. 프로테스탄 교회에서는 성경시간 외에 직접 지신자들에게까지도 예배의식에 참석시키고 있지만 엄연히 소위 일류학교라는 「가테고리」를 보유하고 있다. 물론 우리는 가톨릭학교에서 프로테스탄학교의 경우처럼 비신자드에게까지 미사나 기타 종교의식까지는 요구하기를 원치는 않지만 저어도 종교가 무엇인지의 그 개념정도는 가르쳐야 하지 않겠는가? 신입생들이 가톨릭학교에 입학할 때는 종교시간을 각오하는 것이며 또한 그러한 조건으로 신입생을 받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의 학교수준이 떨어지리라고는 결코 단언할 수 없다고 본다.
가톨릭학교에서 종교시간이 없다는 것은 때로는 비신도들에게까지 의아심을 주고 있다. 물론 비신도학생들에게 신앙을 강요할 수는 없고 일부 프로테스탄학교들의 지나친 종교교육으로 빈축을 사는 것처럼 그렇게까지 하기를 요구하지도 않는다. 다만 종교개념이 흐린 한국학생들에게 하나의 사회적인 상식을 주입시키는 방향으로 생각해도 좋다. 가톨릭학교를 졸업한 학생이 종교가 무엇인지 모르고 가톨릭의 미사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나왔다면 언젠가 한번은 그들이 모교를 원망할 때가 올 것이다.
이것은 가톨릭교육자들의 책임이다. 천주님이 교단으로 부를 때 그들에게 부여한 천주의 뜻을 거르시는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학교실무자들 편으로는 그대로의 이유는 있을줄 믿는다. 종교교재가 마땅치 않다든지 종교교사가 없다든지 한국의 사회적 형편으로 보아 시기상조라든지 등등의 이유를 내걸겟지만 이것은 어느것이든 하나의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종교교재도 여러가지 나와있다 이것이 구태여 맞지 않다면 더 좋은 교재를 만들어 보겠다는 적극적인 태도는 왜 보이지 않느냐? 교사가 없다면 교사양성을 위해 방법을 강구해야되지 않겠는가?
한국의 사회적인 조건으로 시기상조라고 하지만 도리어 만시지탄을 금할 길이 없다. 우리민족은 오늘날 물질의 빈곤을 겪고 있지만 실상은 물질의 빈곤에 앞서 정신적인 빈곤이 더 큰 작용을 하여 더 비참하다는 것을 교육자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우리 민족은 오랜동안 정신이 기대고 설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곧 우리민족의 정신을 끌고 갈 종교가 없었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든 불안은 바로 정신적인 지주가 없다는데서 기인한다면 우리교육자들은 특히 가톨릭 교육자들은 하루바삐 참된 종교 교육을 통해서 그들의 정신적 바탕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 책임을 느껴야 한다.
요즈음 신문지상에 떠들고 있는 단군상건립 운운하는 문제를 우리교육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무조건 반대할 것이 아니라 단군상을 만들어 민족의식을 찾아야하겠다는 그 참뜻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경의를 표시하고 참된 민족의 정신적 일치를 위한 종교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교육자다운 비판과 행동을 해야 옳지 않겠는가? 단군상을 만들지 않더라도 우리가 참된 교육을 해서 민족의 정신적 기틀을 만들어보겟다는 설계도를 왜 내어놓지 못하는가?
가톨릭교육자들의 반성의 시기는 왔다. 다른것을 반성하기 전에 가톨릭학교에서 위선 종교시간을 두어 실천에 옮겨주기 바란다. 가톨릭교육자들은 이번 공의회가 가르친 「그리스도교 교육선언문」을 한번이라도 읽고 실천해주기 바란다. 교회의 현대화를 위한 대작업에 가톨릭 교육자들이 앞장서 주기를 간곡히 부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