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2일 영국 성공회 「칸타베리」 대주교 람세이 박사가 교회일치의 기치를 들고 「바티깐」을 방문했다는 역사적인 사건이 전세계에 보도되었다.
16세기 영국왕 헨리 8세에 의해서 갈라져 나간 영국성공회가 그간 4백년이란 오랜 시일동안 가톨릭과의 공식대담이 없이 오다가 이번 「바티깐」 방문의 계기로 일어난 바오로 6세와 람세이 대주교의 뜨거운 포옹은 4백년간 얼키고 얼킨 얼음장을 녹히는 순간이었다. 물론 이것은 제2차 「바티깐」 공의회의 커다란 결실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현금 세계적으로 그리스도교 일치 운동의 선풍이 일어나고 있는 이때 가톨릭과 성공회 두 교파 원수들의 진지한 대화와 공동성명서의 발표는 실로 전세계인들에게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갈라지는 역사」가 있었다면 「하나가 되는 역사」도 있게 마련이다. 인류구원의 역사에 성신의 능력이 군림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성공회는 다른 프로테스탄 종파와는 달라 모든 의식이나 교리가 가톨릭과 유사하다는 점으로 보아 두 교파는 일치직전에 있다고 낙관해도 좋을듯 하다. 그러나 「람」 대주교가 영국을 떠날 때 영국에서는 백여명의 반대 「데모」가 있었다는 사실로 미루어보아 아직도 일부에서는 충분한 이해를 갖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또한 「바티깐」 성명서에 발표된대로 교리문제 기타 몇가지 장애가 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일조일석에 성공회파와 가톨릭이 한자리에서 「아가페」의 잔치상을 베풀 수는 없겠지만 양 교파 신학자들의 진지한 대화가 잇고 서로의 깊은 아량을 발휘하다면 4천3백만명의 양떼들은 새로운 우리로 들어올 수 있다고 본다.
시대는 달라졌다. 개인 감정이나 고지식한 주관에 사로잡혀 옹졸한 태도를 벗아날때는 왔다. 「람」 대주교의 담대한 「바티깐」 방문은 로마와 영국과의 장벽을 허무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제는 통로가 열렸다. 두 교파는 사랑의 악수를 하게 되었다. 4백년간에 맺혀있던 원한의 얼음장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이런 점으로 보아 이번 성공회 「람」 대주교의 「바티깐」 방문은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데 커다란 의의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새로 전개되는 역사안에서 우리의 참된 태도를 취하는데 마음 가다듬어야겠다. 하루바삐 결실의 시대가 오기를 진리의 성신에게 뜨거운 기도를 올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