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삭전 김포공항에 아주 이색적인 손님 한분이 내렸다. 텁석부리 수염에다 「한땡」(일본 노동복) 차림의 그 초라한 행색은 일본 손님이면 무조건 번지르르 할거란 선입관과는 달리 한국도시 복판에서도 좀체 만날 수 없는 궁상맞은 차림, 그가 저 유명한 「개미마을」 지도자 마쓰이 도오루(松居桃樓)씨다. ▲과문한 탓으로 보도를 통해 그의 인상이 역시 넝마주이 왕초로 안성맞춤이라고 느꼈을 정도지 극작가며 또한 「개미마을」의 천사, 마리아의 전기를 쓴 작가란 것은 미처 몰랐다. ▲종전 후 일본이 정신적 물질적으로 도탄에 빠졌을 때, 그중에도 빈민굴 넝마주의 속에, 부유한집 나어린 영양이 이들 부랑자와 함께 같이하다 끝내 그 넝마더미 속에서 죽어간 20세기엔 하나의 기적같은 이야기가 「개미마을의 마리아」란 전기소설이며 이번 우리말로도 출간되었다. ▲그녀의 이런 헌신적 생활 이면엔 갖가지 시련과 인간적 갈등이 엿보이고 있어 하나의 교훈적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인간적 「리알」이 충실히 드러나 있다. ▲이 소설의 「선생」 (작가 마쓰이 자신)이란 인물은 마리아 이전에 개미마을에 살앗던 자로 비상한 인태리면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이들에게 헌신하면서 이런 하층인생을 진지하게 탐구하고 있으나 그리스도교에 대해선 애초부터 배리(背理)를 느기고 있고 마리아의 선의에 대해서도 자가만족, 감상적 「휴메니스트」로 간주하여 항상 비판적이다. ▲그러므로 마리아에겐 「선생」이란 존재는 하나의 시련의 대상이었으나 이 또한 어떤 의미에서 그녀의 자선을 끝내 진정한 사랑으로 여물게 한 시금석이 되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선생」 또한 마리아의 진실에 굴복하여 교회로 가는, 이 모두 역설적인 신앙에의 귀로같은 것도 있고. ▲소위 깡패 사회에서의 보다 짙은 인간미, 의협심 등, 또한 이기와 타산, 한걸음 나아갔더라도 기껏 자선을 어떤 우월의식을 면치 못한 한계내에서 행세하는 이 쓰거둔 물레 사회내에서 진정한 사랑의 경지가 어떤 것인가를 보여준다. ▲어느 현실에도 단순히 적응할 수 없고 회의적, 비판적인 의식분자들, 그러나 그들의 진지한 현실탐구는 이미 행동을 수반하고 있고 이런 충실한 과정을 거쳐 끝내는 귀의점이 생기고 말지 않겠는가. 행동하는 인태리, 우리사회에 진정 또하나의 아쉬운 존재가 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