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발전과 신앙쇄신에 획기적인 의의를 가진 제2차 「바티깐」 공의회의 성과는 전세계를 통하여 다방면으로 나타나고 있다. 교황령 「MIRIFICUS EVENTUS -奇異한 일」로 공포된 성년(聖年) 행사가 각 교구의 주교를 중심으로 거행되어 전세계가 바로 순례지로 화한 이때에 우리나라에도 많은 은총이 겹쳐오고 있다. 부산교구 산하인 마산(馬山)에 새 교구가 생겼고 또한 세 분의 새 주교님을 더 뫼시게 되었다. 이미 지난 4월 14일에는 광주대교구 보좌주교로 권 주교님이 성성되었고 오는 11일에는 제2대 춘천교구장으로 박 주교님, 31일에는 신설교구인 마산교구장으로 김 주교님이 성성된다. 이와 같은 경사가 바로 병인년 대교난(丙寅年 大敎難) 1백주년을 맞은 이땅에서 이루어지고 있기에 더욱 감사하고 감개무량하다.
우리 나라에 교계제(敎階制)가 실시된지 4년이 지났다. 세 대교구 산하에 열여섯개의 교구 또는 준교구가 생겼고 네분의 대주교(교황공사 포함)와 열한분의 주교를 모시게 된다. 물론 아직도 70만 신자를 사목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많다. 그외에 또한 2천9백만이 교회밖에서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면야. 그 중에서도 가장 아쉬운 것은 사제(司祭)와 수도자와 평신도의 사도직 수행이다. 손이 모자랄 수록 유기적인 계획과 운영이 필요하고 서로가 굳게 단결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교회도 이젠 제법 일할 수 있는 체제가 갖추어졌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기에 우리들은 신앙을 통한 서로의 본분을 크게 느끼는 동시에 특히 사목자(司牧者)인 주교님들에게 큰 기대를 걸고 싶다.
이미 주교사목직분에 관한 율령이 주교의공동성을 천명하고 주교대의원제(主敎代議院制)를 만들고 성청(聖廳)의 국제화를 꾀하게 된 이 때에 우리나라 안에서도 주교님들의 모임이 그 공동성과 세계성에 입각하여 신자들의 신앙지도와 포교활동에 관한 슬기로운 계획을 세워주기 바란다. 모자라는 손을 잘 안배하여 활용하고 일선에서 신자를 다스리며 전교에 종사하는 사제들과 평신자들과의 대화를 통하여 모든 사정을 정확히 파악하여 이 땅의 모든 겨레가 그리스도의 신비체에 결합되도록 가진 힘을 다해주기 바란다.
특히 오늘의 한국 교회는 유달리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현실에 놓여있다. 묵은 전통에 반발하여 성급히 헐어버린 폐허에는 아직도 새로운 「모랄」이 움틀 기미조차 뵈지 않고 있다. 이와같은 도덕적 혼란이 비단 대중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도층에서도 그러하니 결국 이 땅에는 많은 사상적 고아(孤兒)가 방랑하게 되었다.
교회의 사랑과 가르침이 아쉽기로 더할 나위없는 이때에 손을 놓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천주의 백성을 사탄의 손에 맡겨둘 수 없음은 물론이거니와 스스로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하는 신앙을 불어 넣어 주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세분의 새 주교님을 맞으면서 우리는 그 기쁨과 더불어 일층 강화되는 주교단에게 보다 슬기로운 사목계획 수립과 그 지시를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