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창에 밤비가 뿌린다.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던 비가 이제 정말 흡씬쏟아져야 할텐데. 몹시 가물고보면 비는 농사나 식수 등 실생활에 불가결한 것일뿐 아니라 사람의 메마른 마음에도 절실히 아쉬운 것임을 느끼게 한다. 『거리에 비오듯 내마음속 눈물은 흐르네』 어떤 시인의 비에젖는 마음처럼 우리의 고갈된 심정도 비를 갈구한다. ▲그렇다고 그 혹심한 가뭄탓만도 아닐텐데 이즘은 권부(權府)나 민심이 다같이 각박해져서 세정은 자못 흉흉하기만 하다. 극한 대결을 하는 「데모」가 거리를 휩쓸고, 일산불매 운동이 벌어지고, 한일관계 「심포지움」을 여는 등 학생들의 일세력 침투에 대한 반발은 여간 심각한게 아니다. ▲그런데 이와는 대조적으로 왜음곡, 퇴폐적 출판물도입, 일어강습, 심지어 여인들의 복색조차 일본것을 닮아 유행하며, 이런 물밀듯한 파렴치한 일본풍조를 타고 간상배는 갖은 수단을 써서 돈벌기에만 혈안이다. 어떤 소설에 혹사병이 창궐하는 거리에 이웃을 구하려 목숨을 걸고 감연히나선 선의의 인간이 있는 반면 도시의 이 횡액을 이용해서 밀매로 돈을 끄는 악랄한 인간이 있었다. 이는 결코 무지의 소치가 아닌 바로 양심과 도의심의 타락이다.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서는 모든 것이 합리화될 수 있다고 믿는 그야말로 철저한 민주·자유의식의 발로인지 몰라도 이건 단순한 이기주의외엔 아무것도 아니다. 누가 배타적이니 민족주의니 하기전에 『애국심이란 인간의 본성에서 울어나는 자연종교의 일부』라고 했다. ▲한 인간이 그가 태어난 민족사회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이상, 행불행을 막론하고 그 민족전체가 당면하는 어떤 과제에 대해서도 공통된 의무, 책임 내지 연대의식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이런 공동의식은 비단 한민족 한국가에 제한되는게 아니라 인류전체가 형제로서 가져야할 인간의 궁극적 이상이 됨은 물론이다. ▲한일관계는 찬반을 막론하고 우리민족이면 누구에게나 다 공통된 과제이며 한나라의 귀결에 이를 공동의식이 있음이 틀림없다. 이웃과 화친하고 밖에서 억만금을 얻어들여 설사 국민생활이 윤택해진들 이런 이기심과 분열을 조장하는 퇴폐적정신이 만연하는 이상, 오히려 위기의식을 못면하고 열등감 불식이나 주체성 확립도 한갓 구호에 불과할 것이다. 자연의 한발도 무서운 거지만 우리의 정신적 한발 극복에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