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본란에서 「한국의 공의회」란 제목으로 금년도 주교회의에 좀 더 적극적인 신도들의 관심을 표명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 바도 있다. 기대했던 전국주교회의는 오는 12일부터 3일간 가톨릭대학에서 개최된다.
그동안 주교회의 준비를 위한 안건정리에 바빴고 이제는 20여종의 안건들이 각 주교님들에게 배부되었다.
대부분의 주교님들이 오랜 동안의 외유를 거쳐 구라파의 교회상을 충분히 시찰했고 공의회를 통한 교회의 현대화라는 방대한 문제에 대해서도 깊은 조예를 가지고 계시다. 그러기에 우리는 더 이상 무어라고 말할 수 없지만 또 한번 주교님들을 위시해서 모든 성직자 수도자 및 신도들이 한국교회의 새로운 「에폭크」를 만들 금번 주교회의에 대한 비상한 관심을 모아주기 위해서 다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먼저 주교회의의 존재 이유는 가톨릭은 한 본당이나 한 교구의 가톨릭이 아니고 전세계를 통한 로마가톨릭이란 의식에서 나온 것 같다. 다시 말해서 교구이 장벽을 무너뜨리고 전국적인 유기성을 가짐으로 명실상부 한국의 가톨릭(보편성)이 되고자 하는데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교회의는 자기 한 교구의 어떤 이해관계를 따질 수 없다. 주교님들의 집결은 곧 교구들의 집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교구적인 기구아래 초교구적인 한국가톨릭의 면모를 구성해야 될 것이다. 그렇다면 단도직입식으로 말해서 이번 주교회의의 안건은 두가지로 요약될 수 있을 듯 하다.
첫째는 이번 공의회가 가르치는 교회 근대화 문제를 어떻게 하면 우리 한국에도 빠른 시일내로 실현시키느냐 하는 문제요,
둘째는 전한국에 공의회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전국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초교국적인 가톨릭운동을 어떻게 실현시켜야 할 것이냐 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서 한가지 사족을 붙이고 싶다. 금년은 병인년 순교기념 백주년이 되는 해이다. 때문에 이번 전국 주교회의에서는 마땅히 백주년 순교기념행사를 거국적으로 할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나라 영혼들에게 복음을 전하는데 자극을 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생각하고 모든 주교님들은 모두 한 마음이 되어 전국적으로 기념행사를 벌여야 할 것이 아닌가? 이것은 우리의 기대이기 이전에 비가톨릭인들의 기대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삼천리 금수강산에 그리스도의 왕국을 건설할 우리의 목자들이 양을 인도하는 지팡이를 손에 손에 들고 순교선열의 한결같은 순교정신 아래에서 우리 겨레를 위한 구령사업의 백년 대계를 세우고자 한다. 우리는 두손 합장하여 성신의 빛이 목자들 위에 비추어지도록 뜨거운 기도를 올려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