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미신자가 말하기를 『기독교인중에도 천주교인들은 냄새를 풍기지 않아서 좋다』는 말을 했다. 이말은 천주교인들은 외부에 나가서도 신자티가 유난스레 드러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말과 함께 또하나 생각나는 것은 천주교성당에 가면 불친절하다는 이야기다. ▲이는 외부 사람들이 가끔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이즘은 교회자체에서 혹은 신자 자신들이 시대적응이란 뜻에서 자가반성으로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불친절이 가톨릭신자들이 어느 사회에서나 행세하는 그들의 일반적인 습성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는 것 같다. 단지 그들은 교회안이라 해서 보통때와 달리 유난히 친절하거나 상냥해지지 않는다는 것 뿐이다. ▲또 그것은 다분히 어떤 교파의 교회안에서 마치 그들의 풍조나 습성처럼 된 친절과 대조적으로 나타난 인상이라 보고 싶다. 확실히 천주교인들이 일반사회에서가지 다른 교파인들에게 비겨 인간적인 면에서 불친절하거나 오만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신자들의 교회안에서의 특히 낯선 신참자들에 대해서가지 불청객이 남에 집에 왔듯이 서먹해하건말건 저만 열심하다가 무심히 돌아서는 그런 태도는 당연히 버려야 될 줄 안다. ▲허나 문제는 그 친절이 얼마나 외모와 내용이 일치하느냐에 있다. 지나치게 교인티를 내며 다분히 작위적(作爲的)이기까지한 부자연한 친절을 부린다면 주체의식이 뚜렷한 구도자에겐 불쾌감 조차 줄 우려가 있다. 그 친절이 각자 개인의 마음 속 내용과는 상관없이 거의 반사적으로 나오는 그 사회 고유의 인습적 행위라면 받는 상대자에게도 그리 달가울게 없다. ▲물론 우리는 마음과는 달리 또는 자신을 억제하고서까지 친절을 베풀어야 할 때가 있다. 그러나 그럴때라도 우리는 그것을 진심으로 하기를 노력하지 않으면 한갖 위선이거나 어떤 목적을 위한 외식(外飾)에 지나지 않는다. 미신자들에 베푸는 친절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가를 생각하면 우리의 수단이란 진정 순수하고 진지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은 타인을 구도하려는 선의의 목적일뿐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한 수덕(修德)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톨릭신자가 장차 교회내에서 친절을 베풀때 그것은 바깥세상에서도 똑 같이 언행 일치하는 친절한 시민이 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며, 크리스챤적 인습에 젖은 냄새를 풍겨서가 아니라 그리싀도의 사랑을 수범하는 진실한 한 인간의 행위로 나타나야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