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내의 지각(地殼)이 터지는 가물에 40년만의 홍수가 밀려닥쳤으니 이건 참으로 한세기를 격한 천재(天災)를 일시에 당하는 셈이다. 치산치수가 소홀한 탓으로 우리의 경우는 천재라기보다 오히려 인재(人災)라고 하니 과연 22억원의 피해를 당한뒤에 3천만원의 대책비를 내는것은 돌을 아무리 언덕으로 끌어올려 자꾸만 굴러떨어지는 「씨지프스」의 신화처럼 어느때까지 번복해야할 승산없는 딱한 우리의 처지인지 모르겠다. ▲20만이 넘는 수재민이 하루아침에 가산과 전답을 수마에 가로채이고 어떤 사람은 가족조차 잃었으니 호소할때도 없는 그 애절통분한 남의 속을 어찌다 짐작인들 할수 있겠는가? 본시 난경에 처할수록 인정의 얕고 깊은것이 드러나는거지만 이번 수재엔 가지가지 인정가화도 많다. ▲어떤 사공은 물에 침몰하는 한섬의 주민 280명을 나룻배로 예순번이나 왕복하여 구출했다고 한다. 그의 정력도 놀랍거니와 육지에 있는 아내가 자기집이 떠내려간다고 악을 쓰는 데도 아랑곳없었다니 이건 어쩌면 현대판 강태공 같은 초연한 의기가 아닌가. ▲이런 동족간의 구조는 물론이요 우방군인들의 헌신적인 봉사로 수많은 인명이 구출되고 구호물자도 노나 주는등 정말 물에 빠진 가난한 백성에 베푼 온정은 국경을 넘은 인인애가 아닐 수 없다. 또 어떤 부류의 사람들은 그 난동에 아이들까지 자가용차에 태워가지고 와서 홍수의 장관도 구경할 겸, 수마의 광난이 휘몰아간 폐허에 실신한 듯 주저앉을 재민들의 참경을 구경하더라니 설마 그게 구경으로만 그친 뚜껍고 식은 심장들만이 아니리라 믿고 싶다. ▲건빵하나로 아침을 애우는 수재민 어린이들의 애틋한 눈길이 신문지상에서 수많은 무사하고 넉넉한 사람들의 그것과 마주쳤을때 능히 저들의 동족애를 감동케 하고도 남음이 있을줄 믿는다. 『이러한 애덕과 선의가 느끼는 범위를 넘어 행동하는 범위에까지 갈수있도록』(8월 기도의향중에서 우리는 천주께 기구하며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그리하여 저들의 고난을 함께할 애덕과 또 의무를 실천함으로써 실의에 잠긴 저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북돋워 주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