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전 당지 교구산하 지성인단체인 H 「클럽」이 경영하는 공민학교는 모 기관의 호의로 「트럭」 2대를 대절하여 시외 30리에 격한 D 사찰로 소풍을 갔다. 낮에는 일터에서, 밤에는 무료로 봉사하는 선생님들의 고마운 뜻을 받아 열심히 공부하는 이 고달픈 소년들이 오랫만에 가슴을 활짝 펴고 5월의 싱그러운 자연 속에서 젊은 선생님들과 어울려 춤추고 노래하며 한껏 유쾌하게 노는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조차 흐뭇하게 했다. ▲이날 맨처음, 일행은 한 스님의 안내로 사찰전체를 상세히 구경했다. 건물이나 내부에 안치된 불상들의 역사적인 유래를 일일이 설명하고 간간이 불교의 교의도 소개하는 그 젊은 스님의 깊은 이야기 뜻이나 겸손한 태도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러다가 신라때의 한 석탑앞에 이르러 스님은 이 속에는 인도에서 직접 가져온 불타의 「사리」가 보전되어 있어 여러분이 경의를 표했으면 좋겠다는 말에 일동은 인솔선생님의 구령으로 『차렷 경례』를 했다. ▲그런데 어떤 교파에서는 이런 경우 경의를 표하기는 커녕 사찰 당국에서 아무리 말려도 경내에까지 들어와 자기네들 고유한 종교예식을 벌이고 고성송가(高聲頌歌)까지 하는 통에 끝내는 언쟁이 나고 불미로운 일이 생기고 만다는 것이다. 설마하니 우리 가톨릭에서도 이런 「동키호테」적 종교의 만용을 부리리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이야말로 신앙의 선양은 거켠 일반사회의 상식에서 조차 벗어난 행위로 스스로 끼치는 누가 될 것 아닌가? 폐일언하고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 보라! ▲우리가 신앙을 선양하고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행위자체가 일반사회 어디석든 인간관계와 대립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보다 높은 신앙의 표시는 각자의 보다 높은 인격적 행위로 실증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 『신을 찾는다는 것은 곧 하나의 사회적 행위다.』(토인비)란 말이 있듯 우리의 신앙은 비록 세속을 초월한 가치에 있지만 그 신앙과 사랑을 시현하고 체현하는 것은 우리와 같은 공동사회 내에서 살아가는 이웃을 대상으로 할 수 밖에 없다. ▲대화의 20세기에 공의회를 통한 교회의 근본적인 태도는 교회를 박해하는 대상조차 구원의 대상이란 관대한 정신아래, 또한 진리는 우리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숭고한 사명을 띠고 진리를 추구하며 주장할 권리를 갖는다고 함으로써 독선을 요용납지 않는 진정한 그리스도교를 自明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