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사명이 「복음선포」에 있다함은 재언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전교」가 곧 교회의 본질인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가 하는 일과 또 할일은 하나에서 열까지 도무지 전교활동에 귀일되지 않는 것이 있을 수 없다. 교회가 하는 일에서 만일 이 사명달성을 위한 일이 아니라든지 혹은 이 사명달성을 저해하는 일들이 있다면 즉각 지양되고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동시에 본질적이요. 시급한 이 전교 목적달성을 위하여는 교회가 가진 총력을 여기에 집결 투입해야 할 것이며 가장 효과적인 전략·전술을 써야할 것이 아니겠는가. 전교란 소리없는 전쟁이요. 사랑의 전략인 것이다. 전쟁에는 그 시대 그 나라의 가장 진보된 과학무기가 사용되고 또 국가의 총력이 여기에 투입되는 법이다.
교회가 승리의 「팔마가지」를 손에 받아들이기 위하여 잠시도 눈붙일겨를 없이 깨어있어야 하거늘 어찌 우리한국교회만이 구태의연한 전교방법으로 세월만 보내고 있겠느냐 말이다. 우리의 전교활동에도 과학적 검토와 과학적 고려가 요청되는 것 같다. 특히 각 교구의 교세(敎勢) 발표를 보고 이런 소감을 더욱 절실하게 하는 바이다.
금년에도 각 교구마다 지난 일년간의 교세표를 발표했다. 교우의 총수, 영세자 기타 성사를 받은 사람들의 통계표다. 이표를 앞에 놓고 보면 50여년전 「조선성교회사무」라는 제목으로 「경향잡지」 제7권에서 처음으로 발표한 교세의 통계방식과 오늘의 것과 한결같이 꼭 같다. 이숫자만 가지고는 어느 시기에 무슨 이유로 전교가 잘되었는지, 혹은 왜 영세자가 줄었는지 도무지 알수가 없다. 가령 해방후 20년간만 하더라도 1958년에서 59년 양년간이 신자수 증가에 있어서 가장 높은 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왜 이런 숫자가 나타났는지 판단할 아무런 보조적 숫자를 우리들은 가지고 있지 않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계수없는 주먹구구식의 작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시대는 바야흐로 지리학적 전교를 지양하고 사회학적 전교에로 전환해야 할때다. 만시지탄이 없지않으나 여기에 무슨 대책이 있어야 하겠다.
본란은 이 기회에 각 교구마다 교회사회학연구기관(敎會社會學硏究機關)의 설치를 제의하는 바이다. 금년 봄에 서강대학(西江大學)은 동 대학 교수 김태관(金太寬) 신부를 중심으로 가톨릭사회문제연구소의 개소를 본바있다. 뒤늦게나마 동 대학이 이 기관의 필요를 느껴 이 방면에 활동을 시작했다는 점을 높이 찬양하는 바이나 본란이 제의하는 「교회 사회」의 연구기관이라함은 가톨릭 사회문제의 근본적인 조사 연구기관을 말하는 것이 아니요. 우선 급한대로 각본당구의 사회학적 생태를 조사 분석 종합연구하는 기관이라도 설치하자는 것이다.
가령 어떤 본당이 사회의 어떤 계층에서 높은, 혹은 낮은 전교율을 나타내고 있는지 교우들의 직동별·가족수·평균소득등·전교활동에 필요한 제수가 일로 매거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것이다. 가령 미사시간을 정하는일, 본당구역의 지역적 설정등등 본당운영의 도움이되며 기초가 될 숫자를 얻어 놓고 보자는 것이다. 교회근대화의 소리가 높은 이때 이러한 기관 하나없이 어떻게 주교님들의 교목을 보좌하려는 것일까, 전교활동의 자세를 재정비하기 위해 시급한 문제일 것이다.
교회안에서 현실사회를 가장 잘아는 계층은 교우들이다. 그들은 현실 사회에 직접적인 접촉을 하며 생활하고 사회에 있어서의 교회의 사명달성의 직접적인 목격자이기 때문이다. 교회에의 협력은 사회안에서 생활하고 있는 교우들이 연구하여 그 연구 결과를 주교님들에게 제시함으로 주교님들의 성무완수에 협력하여야 할 것이다.
작년 사순절에 교황 바오로 6세께서는 통계학과 사회학의 연구조사가 주교들의 성무수행에 유용되면 또 과거에 많은 공헌을 했다고 하시고 환경의 조사, 현행제도, 법률의 연구, 현대교육학의 재반결론 홍보(弘報) 기술 등은 교회의 사명수행 책임자들에게 큰 도움을 줄수 있다고 했었던 것이다.
이런 제안은 왕왕 「다 알고 있지 마는」 「비용」이 없어서, 「사람」이 없어서라는 답변으로 묵살되기 일쑤다.
그러나 이런 조사, 분석, 종합연구에는 전문지식을 가진 지도자 한 사람으로 족하다.
성직자 가운데는 해외에서 다년간 사회학을 전공하고 돌아오신 분들도 많은 줄로 알고 있다. 이런 특수 지식을 가진분들은 왜 자기 전문분야를 사장(死藏)하고 있느냐 말이다. 협력자는 쓰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가령, 통계조사 같은 일은 교구마다 교회 학교가 있다. 대학도 있고 중고등학교도 있다. 여기에는 교사도 있고 가톨릭 학생도 있다. 이들은 지도 활용할 수 있고 그들의 협력을 구할 수 있는 것이다. 또 협력해야만 한다. 「예산」이 없다고도 할 것이다.
교회의 사명달성을 위해서 어느 것이 더 시급하냐. 다른 무슨 사업보다 전교하는 일이 더 급하다. 성당을 하나 더 짓는 것보다 이 일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전교활동에 과학적 근거를 확립하기 위하여 여하간 무슨 장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맹목적으로 하는 전교활동이 인구증가율을 따르지 못하는 교세증가율의 중대원인이라고 단정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