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케트」(ERIQUTTE)란 말을 사전에서 찾으면 목찰(木札)이란 말이 나온다. 여기서 어원을 캐면, 옛날 불란서 궁중(우리 왕조때)에서 「하이힐」(이때부터 신은듯) 신은 왕족, 귀족들이 궁정을 거닐때 그 날카로운 굽 때문에 잔디가 배겨나질 않았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관리자들이 넓은 궁정 군데 군데 패말(木札)을 세워 금지구역을 표시했는데 이걸 무시하고 들어가는 자는 「에티케트」가 없는 사람이 된다. ▲「하이힐」이란 이렇게 애초부터 시세말로 약간 「얌체」와 결부된채, 그런대로 「에티케트」란 말과 함께 옛날 서양의 호사스런 궁정에서 탄생한 인간으로 치자면 사치하고 고상한 족속(足束?)이다. 그렇다고 「하이힐」을 사치한 부류인 특수층만 신을 자격이 있단 말은 아니고, 그렇더라도 그것은 (모든이가 쓰되 격에 맞도록 써야 제격이란 것이다. ▲도시의 「페이브먼트」(舖道) 위에 「힐」을 직각으로 누비지 못하고 30도, 심하면 45도 각으로 끝내 빗디디는 숙녀의 뒷모양을 바라보면 아름답기는 커녕 거의 처량한 기분이 된다면 너무 심한지 모르겠다. 이 또한 우리나라에 들어온 성야문명의 한 실족상(失足狀)이라면 과언일지. ▲사치한 물건일수록 불결하거나 너무 헐어지면 오히려 비천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불결한 몸에 향수를 치면 오히려 더한 악취가 되는것처럼. 사치와 정결은 반드시 정비례해야 될 것 같다. (물론 정결이 반드시 사치와 상통한다는 건 아니고) ▲지난주일 밤미사를 마치고 나와보니 문간에 둔 신이 안보인다. 성당에서 제일 늦게 나오는 꼬부랑 할머니까지 기다려 마지막 남은 신이 이 발에는 아무래도 크고 다 헐어빠진 「베이지」빛갈의 「하이힐」이다. 그건 흰빛인데다 약간 낮고 아직은 발에 덜 익숙할 만큼 새것이었는데-. 우도회에 갔다가 마법의 신을 잊어버린 신드랠라처럼 어이없는 김경으로 돌아가면서 헐어빠진 신을 내려다 보고 그 임자를 상상해 보니 상술한 사치론에 의한다면 형편없는 낙제생이 된다. ▲그 보다보 어느때는 날씬했을 이 「하이힐」을 신은 그녀의 겉 맵시와 그 굴욕적인 끔직한 마음씨와의 대조는 어떤가?허기야 불란서혁명이 이 「하이힐」족과 깊은 관련이 있고 현대 이땅에서도 단순히 사치 그것만이 요인이된 허다한 사회악을 상상해보면 사치와 「정결」은 어차피 반비례였던가 하는 비약적인 결론에 봉착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