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교당국이 시달한 금년도 각급학교의 하기 학생봉사단 활동지침을 보면 금년은 예년과는 달리 학교별 봉사반 조직을 지양하고 지방학생은 방학과 종시에 귀향(歸鄕)하여 지방 교육장이 조직하는 학생 근로봉사반에 참가하여 7일간 봉사하기로 되어 있다. 의료(醫療) 봉사반의 조직과 활동은 이러한 제한없이 학교별 혹은 각급단체별로 조직할 수 있으며 무의촌을 자유로이 선정하여 봉사하게 되어있다.
고 요안 23세 성하께서 「마뗄 엗 마지스뜨라」와 「빠챔 인 떼리스」의 2대 회칙에서 20세기 최대의 우리의 과제는 전체 인류가족(人類家族)으로부터 물질적 빈곤을 추방하는데에 있다는 것을 누차 강조하셨던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한국 농촌의 빈곤과 낙후, 후진성은 여기에 재론할 필요도 없거니와 우리의 인간가족이, 우리의 형제가 경제적, 기술적 후진에 겹쳐 인도적 후진으로 말미암아 고민하고 있음을 우리가 어찌 방관할 것이냐. 더구나 인간이 「인간답게」 생존해나가는데는 의식주 등 물질적 생존조건이 필요불가결함은 물론이거나와 다른 「인격」(人格)과의 교류는 더욱 긴요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내 형제들이 최소한 나와같은 생활은 해야할 것이며 「나」와 나이 「형제」의 손과 마음은 항시 접촉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가톨릭 학생들이 하기봉사반에 적극 참여하여야 한다는 연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가톨릭학생봉사대는 가톨릭학생만으로 조직된 봉사반이라야 한다거나 혹은 이것을 구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는 시대감각이 둔하며 「바티깐」이 무엇을 원하는지, 공의회의 정신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소치라고 하겠다. 작년에 대구의 가톨릭학생과 기독교학생들이 「무의촌진료반」을 조직하여 영남의 벽촌을 찾고 형제적 단합과 봉사와 대화의 광장을 마련하는데 좋은 성과를 얻었다는 기록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러한 젊은이들만이 할 수 있는 지성적인 기도가 금년에도 계승되기를 바라며 비단 「그리스도교」뿐 아니라 타종파 또는 미신자들과도 단결하여 「착한일」에 합치하기를 촉구하는 바이다.
이런 정신에서 귀향과 동시에 조직될 향토근로봉사반에는 가톨릭학생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솔선수범, 복음의 정신을 실천해야 하겠다. 복음의 정신은 「가르치는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형제애」(兄弟愛)의 실천에 있는 것이다. 형제들을 위하여 봉사하는 것이 곧 그리스도의 정신이다. 「가톨릭 액숀」이라고 하면 곧 사회구조나 정치 · 경제 · 문화면에 무슨 변동을 가져와야 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과열된 학생들이 있는 것을 본다. 「정열」이라는 이름으로 과열된 학생들은 농민들을 모아놓고 즉각적인 변조를 요구한다. 「가톨릭 · 액숀」이란 남을 질책하는 것이 아니고 「그리스도」의 생활태도를 「내」가 행사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을 존중하는데에 있고 봉사정신에 있고 형제애에 있고 개인의 책임과 양심에 있는 것이다. 가톨릭학생들의 건투를 비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