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환자마을인 C촌은 대구에서 120여리나 떨어진 벽촌이다. 지난 장마에 여기도 심한 수해를 입어 환자들 자수(自手)로 근근히 이룬 농토가 일시에 모래벌로 화하여 가뜩 병들고 가난한 마을에 수마의 상처마저 깃들게 되었다. ▲지난 격간(隔刊)동안 사원 일동과 더불어 각계의 독지가들로 부터 답지한 의연금품 일부를 차에 싣고 E양의 안내로 당지를 방문했다. 도중 낙동강변의 수마에 할킨 수만정보의 농토는 허허한 불모지로 화해 있었다. 극도를 벗어나서 다시 협로로 시오리길을 가다가 강나루에 이르니 멀리강건너 언던위에는 구라파의 시골풍경을 연상케하는 아담한 성당과 문화주택이 오손도손 서있는 한촌락이 보인다. 그러나 언덕 아래는 아직도 옛 오두막채들이 그대로 있고 더러는 홍수에 쓰러진채 남아 있기도 했다. ▲소위 천형의 병이라고 세상이 꺼려, 이런 외딴강 기슭에 몰려와 존명을 부지하는 병자들도 병자려니와 이런 스산하기 짝없는 병든 강촌을 사철 혼자 찾아와 이들을 간호하고 위로하는 한 젊은 이국여성의 마음씨는 진정 눈물겹도록 갸륵하지 않는가. 전해듣건데 E양은 3년간 이 벽촌을 2백번 내왕한중에 150번은 버스로 왔다고 한다. 버스에서 내려 나루터까지 시오리를 도보로 걸으면서 그의 무거운 의료기구를 지고도 촌민들의 무거운 짐까지 들어준다는 이야기도 있다. ▲겨울날 삭풍이부는 벌판길을 걸어 나룻터까지오면 얼어붙은 듯한 감감한 건너편 강기슭의 나룻배를 기다리노라. 그녀는 수족에 동상이 걸렸다. 흔히 이런유의 일부 환자들에게 있을 수 있는 남의선심을 허심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완강히 일그러진 마음씨 조차 그녀의 자연스럽고 소박한 인간애 앞에는 종래 감동된다고 한다. ▲자선이란 자칫하면 베푼다는 그 자체 현실적으로 우월한거고 보면 그것을 의식함으로 위선 내지는 자가만족의 함정에 떨어지기 쉬운 건지도 모른다. 하물며 빈자를 일상 그리스도를 대하듯 한다면 그 영혼은 진정 은총을 힘입지 않았을 수 없다. ▲낯선 이방에 와서 가장 빈궁하고 병든 자를 찾아 그역시 고난에찬 생활을 하면서도 그녀는 항상 명랑하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강촌 나룻터로 외로이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에서 인생을 위해 자신을 버림으로 오히려 자신을 자유롭게한 심혼의 시인(詩人)을 읽을 수는 없을까? 누구의 시던가…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가듯이 가는 나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