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협정비준」 강행과 이에 대립된 한사저지는 드디어 정국(政局)을 파국에 몰아넣었고 거리에는 다시 「데모」의 열풍이 일고 있다.
자칫하면 어떤 민족적 대불상사가 유발되지 않을까도 염려스럽다.
여당의 일당국회와 야당의 지리멸렬상!
어언간 민족자유의 광복을 맞은지도 20년이 흐른 오늘 그간에 민주주의를 국시(國是)로 삼아온 우리의 의회정치의 업적이 고작 오늘의 이 꼴인가?하여 실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정국이 방향감각을 상실하여 그 갈바를 잡지못하는 현 시점에서 우리는 민주정치의 장송곡을 불러야만 할 것인가? 누구에게 책임을 전가하기에 앞서 우리국민 각자가 책임을 져야할 일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같은 정국의 파탄이 직업적으론 정치인들의 책임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고 그들의 과오를 문책하지 않을 수 없다.
말할것도 없이 정치는 정권과 정당을 위해 먼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온 겨레의 행복과 복지를 도모한다는 것이 정치의, 따라서 정치인들의 존재이유다. 여당도 야당도 그것이 국민을 위한 정당이 아닐때는 그것은 한 사적(私的) 도당(徒黨)에 불과하며 더우기 그것이 욕질과 주먹다짐을 일삼을 때는 폭력배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도대체 민주주의를 이념으로 하는 정당이라든지 정치인이라고 부를 수가 없는 것이다.
새삼스러운 말같지만 민주주의 정치는 『국민을 위하여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부』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오늘날의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고 오히려 「마캬벨리즘」을 토대로 하고 있는 인상이다.
먼저 여당의 경우를 보면 한일협정이 아무리 역사적인 과업이라 할지라도 국민상당수의 반대를 무릅쓰고 더우기 정국파탄을 초래시켜까지 그 비준을 강행했어야 할 이유와 필요가 어디 있었는가? 백보를 양보해서 한일협정이 타결되지 않으면 온 겨레가 경제적 역경을 면치 못한다하자, 그러나 집안을 두쪼각 세쪼각 내서까지 이를 강행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 아니겠는가? 나라살림도 한 가정의 그것과 같이 그 근본바탕은 돈이 아니고 집안화평일 것이다. 이웃으로부터 평생먹고도 남을 도움을 그저 받는다할지라도 『백만금인들 무슨 소용이냐 그것 때문에 집안 꼴이 지리멸렬될 수는 없다』는 정도의 양식은 정부와 여당이 가졌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단순한 양식을 오늘의 집권당은 망각한 것 같다. 평생먹고 살기는 고사하고 잘못 다루면 되려 물심양면으로 침략될 우려도 적지않은 우리의 숙적 일본과의 국교 정상화 때문에 정국은 파탄되고 국난을 초래할 우려가 짙은데도 정부와 여당은 「일당국회」라는 분명히 민주주의에는 위배되는 길로써 비준을 강행하고 말았다. 여당은 여기 대한 전책임을 진다고 호언하였다. 위선 듣기에는 그럴사하다. 그러나 알고 보면 이것은 월권행위도 이만저만이 아닌 망언이다. 그것은 국민을 주권자로보다 자기 소유물같이 그릇되이 인식하는 권위주의로 밖에 볼 수 없다. 어떻게 국가와 민족전체의 운명을 위기로 몰아넣을지도 모르는 중대사를 국민전체를 대변한다고는 볼 수 없는 한 정당만으로 결정할 수 있단 말인가?
집권당이면 나라의 운명을 마음대로 좌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이 시간에 우리겨레에 운명을 어느 누구의 자의(恣意)적 손아귀에도 맡길 수 없다고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본란을 통해 밝힌바와 같이 우리는 물론 한일국교정상화자체를 반대하는바 아니다. 또한 그것의 역사적 필요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리 역사적으로 중대하고 필요한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비민주적으로 강행돼야 할 것이라고는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현 시점의 정부와 여당의 제일 큰 임무는 한·일간의 국교정상화 이기보다 오히려 의회정치의 정상화임을 거듭 강조한다.
다음 야당의 경우를 본다면 그들의 지리멸렬상은 논평의 의욕조차도 나지않을 만큼 한 마디로 가소롭다.
우리는 한일협정비준 반대에 있어 그들이 취한 극한저지니 활복자살이니 하는 졸렬한 방법을 굳이 탓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을 계기로 파쟁만을 거듭하여 멸망직전에 서게된 그꼴은 도시 무엇이냐? 한일협정을 두고 매국적이라고 여당을 공격한 그들의 소리침이 비록 정당하였다할지라도 그런 야당의 오늘의 양상은 실로 망국적(亡國的)이라고 우리는 단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이 시간의 야당의 지리멸렬상은 한국의 정치인들의 생리가 얼마나 국가와 민족의 복지보다 자기와 자파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는지 여실히 증명하며 동시에 권력때문이면 그들은 얼마나 지조엔 약하고 아집(我執)엔 강한 인간들인지 잘 드러내주고 있다.
『뭉치면 살고 갈리면 망한다』는 정치원리를 말하기에 앞서 오늘의 우리의 정치인들 특히 상호비난과 파쟁만을 일삼는 야당정치인들에게는 『욕하고 싸우지말라 그럼 나쁜 사람이야!』하는 유치한 어린이들을 타이르는 윤리도덕의 기본원리부터 먼저 가르쳐야 할 판이다. 어떻게 이같이 착한 어린이도 되지 못하는 이런 못난 인사들을 우리는 국민을 대변하여 주는 정치인들이라고 믿고 따를 수 있겠는가?
이 시간에 우리가 필요로하는 것은 애국애족의 소리를 자신의 전매특허같이 아우성칠줄만아는 그런 정치인이 아니다. 또한 정치를 권모술수, 자신의 입신출세의 도구, 생계유지의 직업으로만 아는 그런 정치인이 아니다. 더구나 자신과 자과의 권력획득 그 유지를 위해 파쟁과 아집으로 나라를 망치는 그런 정치인이 아니다. 참으로 행동과 생활로써 민족과 국가에 헌신하는 정치인이다.
정치인들은 국민을 기만하지 말라! 순천자(順天者)는 흥하고 역천자(逆天者)는 망한다고 했다. 하늘이 주신정치인의 양심과 사명을 더럽히지 말고 하루바삐 국민을 살려라! 씨알의 분노가 터지기 전에 바다의 노도가 일기전에 오늘의 정국을 수습하고 민족장래의 광명을 보여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