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르드」의 「마사비엘」동굴. 성모님이 여러차례발현하신 동굴이다. 그 넓은 광장에는 수천 군중이 뒤끓는다. 저 많은 사람들이 제가끔 저처럼 하소연이 많으니 성모님인들 어찌 정신을 차릴 수 있으랴. 누가누구인지 구별인들 하실 수 있으랴 싶다.
오늘밤 자정이 지나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나혼자 성모님을 독점해가지고 쓰라린 사여들을 안고 예까지 찾아왔으니 아무도 없는 이름에 나한테만 당장 눈앞이 훤한 기적을 하나 점지해 주십사고 간청해볼 심산이었다.
숙소를 빠져나온 것이 밤열한시 「루르드」의 여름방은 춥기만 하다. 「루르드」에는 여름이 없다. 「삐레네」의 연산은 냉기가 돌고 항상 운아들이 스쳐간다.
「루르드」의 계곡은 바위마다 이끼요, 돌틈마다 청류수다.
무더운 여름날의 며칠을 이 성지에서 순례로 보낸 기억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동굴 앞은 자정이 가까와도 아직 수십명 참배자들이 죽은듯 꿇어 있다. 밤한시.
한 노파만은 도무지 성모상 앞을 떠날 기색이 없다 성모를 독점할 수 없을 것 같다. 아무리 빌어도 성모상은 꼼짝도 않는다. 성모님은 나에게도 또 그 노파에게도 도무지 시선을 돌릴 의향이 없으시다. 오직 멀리 저 영원한 하늘만 응시하고 계셨다. 밤두시가 지나 나는 그 노파를 남겨두고 일어섰다. 성모굴 다른 편 발현기념성당 앞뜰에는 무성한 나무들이 몇그루 서있다.
그 나무 그늘 어둠컴컴한 곳을 지나는데 한 청년이 땅바닥에 반드시 누워 있지 않는가. 죽은 사람 같던 그 청년이 한팔을 쳐들며 『담배 한 개비만』 했다. 담배 한꼬치를 건너주니 청년은 벌떡 일어나 앉으며 맛있게 피어물고 나에게 이런 말을 들려주었다.
『집없이 추위에 떠는 사람들이 얼마나 고생스러운지 나 자신 체험해보려고 이렇게 누워 밤을 새우는데 추워서 도무지 잠이 오지 않는군. 「루르드」성지에 들어온 날부터 담배를 끊었더니 담배생객에 더욱 잠을 못이루겠는걸. 참말 고마워』했다.
몇개비 더 두고 갈까했더니 펄쩍 뛰며 『아니, 유혹은 한번이면 넉넉해!』했다. 그 청년은 다시 땅바닥에 벌렁 누웠다가 멀리 사라져 가는 나의 뒷통수에서 『한개비만 더 두고 가!』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글 金達湖(本社 論說委員 · 慶大 文理大學長) 그림 鄭点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