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한톨 10원 호가(呼價)?」 추석날 아침 신문에 자그마치 주먹만한 활자로 나타난 기사의 한 토막이다. 「밤」이 위대한 것도 아니요 10원이 대단한 것도 아니라 그 뒤에는 무엇인지 우리를 일깨워주는 교훈이 들은 듯싶다. 추석과 연결된 밤 그리고 10원과 연결된 밤 ▲신문을 읽고 뒤로 돌아서는데 『아유! 밤 한개에 10원을 달래요 글쎄!』 어떤 가정주부의 비명이 들려왔다. 『그래서 그 밤을 샀나요?』 이렇게 옆에 앉은 사람이 퉁기니까 『그럼요, 제사상에 올려놓을 것인데 10원이 아니라 백원이라도 사야지 별수 있어』 ▲분명히 추석날 밤 한톨을 10원호가로 부르게 만든것은 그 옛날부터 내려오는 제사가 그렇게 만들었다. 외국에서는 볼수 없는 일로서 한국의 「제사」는 한국 사회의 기본적 윤리관을 형성하리만큰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 ▲아니나다를가 추석날 제사상에는 10원짜리 밤이 놓여있었고 그밖에도 지금 돈 수백원 아니 수천원의 가치가 되는 문자 그대로 오곡백과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묘를 찾아 경조행위(敬祖行爲)의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을 잘살리고 있어 지나가는 사람들로 하여금 메마른 이 사회에 더한층 흐뭇한 가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제사의 전통을 따르지 않는 우리 가톨릭인들은 어떠한가? 기껏해야 추석날 아침 「합동미사」의 한몫을 보겠다고 몇푼안되는 그야말로 밤두세알 값의 예물로써 때어 붙이고 만다. 제사를 바치는 그들과 비교할때 더 훌륭한 우리 미사제사에는 왜 이렇게도 인색하단 말인가? 조상들의 연령에게 왜 이렇게도 인색하단 말인가? ▲추석날엔 적어도 돌아가신 선조들의 연령을 위해 연미사 한번쯤은 바칠만하다. 밤이 제사상에서 세도를 부리는 그 제사와는 질적으로 다른 미사성제가 아닌가? 그들은 언제나 명절이 오면 우선적으로 제사상을 준비하는데 돈과 마음을 아끼지 않는데 어찌 우리들은 미사성제를 올리는데 이렇게 돈과 마음에 인색하단 말인가? 다음해 추석만이라도 우리 선조들에게 흐뭇한 추석날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