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9일 대전교구 황주교님은 공의회로 출발하기 열흘을 앞두고 교구내 24개 본당회장들을 소집하였다.
상세한 회의 내용은 알 수 없으나 황주교님과 대전교구청의 간부 신부님들은 이들 회장님들과 더불어 하룻동안 회장직분, 평신도사도직, 각 본당 유지문제들을 비롯하여 교구사목의 개선을 위한 여러가지 사항들을 토의하였다한다.(본지 9월 12일자 제3면기사 참조)
이같이 교구장인 주교와 사목일선에서 성직자들을 보필하고 있는 평신자대표들이 만났다는 것은 「바티깐」 공의회가 모든 교회에 있어 실천되기를 희구하는 쇄신의 구현(具現)을 위해서 고무적인 증표라 아니할 수 없다.
공의회가 가르치는바에 의하면 교황의 전체교회 통치권은 주교들을 통하여 행사되며 각 지방교회를 직접 다스리는 이는 교황이 아니고 각 지방주교 자신들이다. 왜냐하면 교구장인 각 지방주교는 주교성품시에 직접적으로 성화하고 가르치고 지도하는 사도적 권한을 부여받기 때문이다.
또한 각 교구내 사목임무 수행에 있어 직접 결정해야하는 이는 교황이 아니고 각 지방주교자신이며 그는 교황의 이름으로써가 아니고 스스로 종도들의 후계자로서 자신의 이름으로 -사제들의 협조하에- 맡은 양떼를 가르치고 성화하고 다스린다.
그러나 세계 어느 주교도 평신자의 협력없이 그 맡은 임무를 다할 수는 없다.
전체교회가 그러한 것과 같이 지방교회 역시 하나의 유기적(有機的) 공동체이며 생명에 가득찬 것이다. 또한 어떤 공동체이고 그것이 참된 것이라면 그 공동체내의 성원(成員)간에 상호 의견과 경험, 비판과 연구와 판단을 나누는 협력없이는 존속할 수 없다.
따라서 평신자들에게도 그들의 견해와 판단과 원의를 주교에게 전달할 수 있는 기회가 당연히 부여돼야할 것이다.
평신자는 결코 한 「개인」에 불과한 존재가 아니다. 그는 교회라는 유기채의 지체(肢體)이다. 그는 또한 사목의 객체(客體) 즉 그 대상만이 아니다. 주교의 사목의 손길을 사회 깊숙이까지 연장시키는 것은 누구보다도 평신자들이다. 평신자를 통하여 교회가 베푸는 구원의 은혜는 사회의 모든 계층과 분야에 미칠 수 있다.
뿐만아니라 평신자가 교회지도층에게 호소할 수 있는 것은 그 자신의 영혼사정만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가 가진 또한 그가 아는 문제가 그 자신의 영혼사정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한 특정의 직업, 가족, 단체, 사회환경에 결부돼있으며 따라서 그 직업과 그 가족의 문제, 그 사회와 단체의 여론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기에 평신자, 그 중에서도 본당회장, 가톨릭운동의 지도자, 농민, 노동자, 기업가, 언론인, 의사, 예술가, 가정주부 등 모든 직업과 사회활동 분야의 대표들이 그들의 주교와 만나고 그와 더불어 그들이 대표하는 분야의 실정과 문제에 대하여 상의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또한 필요한 일이다.
오늘과 같은 다원적(多元的) 사회에 있어서는 지도자라해서 사회의 모든 사정과 움직임을 다 알 수는 없다. 따라서 이같은 평신자들과의 대화는 주교로 하여금 그가 맡은 양떼의 실정과 현실의 문제를 알게하는 오직 하나의 적합한 길일 것이다.
「바티깐」 공의회는 교회의 「카리스마」적(성신의 특은) 구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천주성신은 당신 특은을 첫째로는 주교들에게 부여하나 동시에 사제들에게와 평신자들에게도 부여한다. 성 바오로는 이 특은을 구분하여 주로 주교들이 받는 가르치고 성화하고 다스리는 특은과 더불어 교회안에는 설교하고 예언하고 병자를 간호하고 빈자를 도우며 기타 공동체를 위해 일하는 여러가지 특은이 있음을 말하였다.(코린토전서 12장 참조)
바오로종도의 견해로써는 공동체에 봉사하는 것이면 모든 것이 다 특은이다. 따라서 특은이란 다른 것이 아니다. 모든 그리스도자(者)가 교회안에서 각기 그 지체로서 봉사할 수 있기 위해 천주께로부터 친히 받은 각자의 소명(召命)이다. 평신자 역시 교회의 지체로서 교회에 봉사할 응분의 소명을 받은 것은 물론이며 그로하여금 그 봉사의 임무를 다할 수 있게하는 것은 바로 이 특은이다.
이 특은 때문에 평신자는 자기 역시 천주의 백성을 성화하고 가르치고 지도하는 주교의 임무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의무와 능력을 천주께로부터 받았음을 인식해야 한다.
일반사회에 있어 어떠한 단체 혹은 기관이든지 연구·조사·비교·협력 및 계획없이 목적하는 일에 적극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평신자가 받은 특은은 바로 이같은 성질의 일을 교회안에서 또한 교회를 위하여 하는 것이다.
평신자들은 비록 과학적 연구는 아니라할지라도 성실하게 사회의 여러가지 상황, 여론 및 교회활동의 성패(成敗)에 대한 조사연구를 하고 안(案)을 만들어낼 줄 알아야 한다. 이같이 얻은 그들의 견해와 지식을 주교에게 보고할때 비로소 주교는 전(全)교구 사목에 필요 적절한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뿐만아니라 평신자들의 직업상의 전문지식도 주교는 필요로 하고 있다.
교황 바오로 6세는 현대세계에 있어 가장 큰 논쟁의 대상인 산아문제해결을 위해 주로 전문의(專門醫)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설정하였다. 이 사실은 교황 친히도 평신도의 직업상의 전문지식의 협조없이는 현대사회의 어떤 문제에 대한 결정을 바르게 내릴 수는 없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 교구에 있어 주교의 임무수행에도 다를바 없다.
그러기에 우리는 대전교구 주교님이 교구내 본당 회장들과 만나고 협의한 것은 한국교회에 있어서도 공의회가 의도하는 교회쇄신을 향해 첫발을 내디딘 것이었기를 희망하며 앞으로 더 많은 결정적인 조처가 같은 방향을 향해 취해지기를 바라마지 않는 바이다.
주교와 지도적 평신자들간의 협력이 더 잦고 상례(常例)와 같이될때 교회의 힘과 단결은 그 만큼 더 강화될 것이고 교회가 더욱 발전할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