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소유하는 것 중에 가장 귀한 것이 생명이다. 생명 없이는 부귀도 영화도, 권세도 소용없으며 따라서 선행도 공로도 세울 수 없다.
이렇듯이 귀한 자기 생명을 초개와 같이 버리고 진리를 증거한 분들이 있으니 그분이 바로 우리 순교선열들인 것이다.
이분들은 진리와 정의를 위하여 가진 고초와 모진 혹형을 참아 견디고 급기야 자신의 귀중한 생명을 용감히 바쳐서 이 땅에 진리의 씨를 심었던 것이다.
올해는 병인사화 때에 그분들이 피를 뿜고 최후의 승리를 거두신지 백주년이 되는 해임은 모든 신자는 물론 전국내의 지식인과 세계의 종교인들이 다 아는바다.
오늘날 그분들의 공적을 흠모하고 기리 빛내기 위해 우리교구에서는 절두산에 기념성당과 기념관을 세우기로 했다. 참으로 지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사업을 성취하는데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총 공사비 3천만원이 소요되는 것이며 이 비용은 우리들의 손으로 작만하여야만 당연하다.
교구에서는 이것을 각 본당에 할당한 바 이 사업의 중대한 의의를 인식하고 총력을 기울여 할당액을 훨씬 초과한 본당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직도 부진한 본당과 전연 착수도 안된 곳도 있는 형편이다.
우리의 선열들은 귀중한 생명을 바쳐 진리를 물려 주셨거늘 우리는 피를 흘리지는 못할망정 땀의 결정인 얼마간 금전을 희생할 수는 없을까? 여기에 바친 돈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요. 우리의 후손에게 물려줄 생활한 교재인 것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선열의 뒤를 따를 마음이라면 약간의 희생을 싫어하지 않을 것이며 이만한 사업은 벌써 이루어졌어야 될 것이다. 말만의 순교정신 생활화를 지양하고 아직도 성금의 신입을 보류하고 계신분들은 하루속히 액수를 결정할 것이며 기왕에 신입하였거나 또는 완납한 분들 중에도 재력에 여유있는 분은 정신적 치명의 각오로 더한층 분발하여 명실공히 선열의 후손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얻는 길을 지도하는 사표가 되는 동시 한국가톨릭의 획기적인 이 사업이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吳秉夏(서울 혜화동본당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