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월달에 접어들었다. 아침 저녁 시원한 바람은 우리의 옷깃을 여미게하며 어딘지 우리에게 결실을 약속하는듯 결실의 계절이기도하다. 농촌에는 여름동안 피땀으로 가꾼 오곡들이 황금물결을 이루고 있어 그간의 시름을 덜어주는 희망과 보람을 안겨주는 계절이기도 하다. ▲그래서 10월이 오면 「천고마비」라는 말을 또다시 되풀이하게 된다. 사람은 말할나위도 없이 말(馬)까지 살이 찌는 계절이고 보니 푸짐한 계절이다. 말이 살찐다는 가을동물에게 있어서 최대의 보람된 일이겠거니와 동물과는 다른 인간에겐 육체가 뚱뚱보된다는 그것으로써 인간의 가치를 평가할 수는 없다. ▲인간에겐 육체보다도 정신의 건강이 먼저이라면 정신이 건강하고 영혼이 살찌는 10월이어야 하겠다. 그래서 10월을 「독서의 계절」이라고도 한다. 오곡백과를 먹어 육신의 배(腹)만을 불릴 것이 아니라 시원한 계절에 많은 책을 읽어 영혼의 배를 불리고 건전한 정신생활을 다짐하는 10월이어야 하겠다.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우리민족은 책읽지 않는 것으로 세계수준에 육박한다고 하니 참 딱도 하여라. 잃지 않고는 알 수가 없고 알지 않고는 제대로 사람구실을 못할 수밖에-. ▲우리민족의 부끄러운 점을 그대로 본받아서인지 우리 교우들도 일반독서는 커녕 우리의 성서도 읽을 줄 모른다. 아예 가톨릭 출판물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우리가 영혼의 독서를 하지 않고는 교회의 정신을 받아들일 수 없고 성인성녀들이 남겨두신 훌륭한 교훈도 받을 길이 없을 것이다. 물줄기가 끓어진 식물이 말라죽듯이 영혼의 양식인 영적독서가 없는 영혼은 쉽게 메마르게 마련이다. 그래서 냉담자들이 성서를 읽지 않았기 때문에 천주님의 사랑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닌지? ▲독서는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책을 펴들면 그 옛날 수세기전에 돌아가신 아오스딩 성인도 만날 수 있고, 소화 데레사 성녀도 만날 수 있고, 깐디도, 소크라테스와도 만날 수 있는 것이 독서가 아닌가? 무엇보다도 성경을 통하여서는 나의 생명이신 천주님을 만나지 않는가? 방구석에 쭈구리고 있는 그들일지라도 책을 펴들고 있다면 온 세계 아니 온 우주와 더불어 그의 조물주이신 천주님과 대화할 수 있는 것이 독서가 아니겠는가. 박사되는 길이 책에 있다면 성인되는 길도 책에 있다. 성서를 펴들고 우리 영혼의 길을 찾는 10월이 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