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산유곡(深山幽谷)의 황금빛이 길손의 눈을 부시게 한다. 진홍빛이 얼굴까지를 묽게 채색(彩色)한다. 저녁 노을이 산천초목을 감싸고 다리를 놓는다. 자갈밭을 헤매던 피로를 잊게 한다. 광대한 무대를 푸른 하늘빛이 무변대(無邊帶)로 감싼다. 얼마나 아름다운 강산인가! 피로에 지친 시민들이 휩쓸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대자연의 신비다. ▲답답한 가슴과 내활개를 마음껏 펼치고 잔디밭 위에 무작정 딩군들 무슨 상관이랴. 벼 베던 손들을 멈추고 논바닥에 아무렇게나 둘러앚아 붉게 양념을 친 무우 생채에 비빈 밥숟가락을 주먹보다 크게 떠넣고 있다. 만약 그 자리가 점잖을 차려야 할 연회가 아니였기에 오히려 얼마나 자연스럽고 단란하고 인간적 풍경인가 ▲9월에 접어들면서 충남 이북의 교구들이 교리경시대회를 성대하게들 개최했었다. 본당예선 혹은 몇본당을 합친 지구예선 끝에 결전을 벌이는가 하면 각 본당의 2천여명 신자가 한꺼번에 참가하여 축제를 지내듯 경시를 했다. 운동장 한복판에 몇천명이 남녀와 노소가 한데 섞여 맨땅 위에 쭈그려 앉은채로 책받침을 들고 혹은 손바닥으로 시험지를 받쳐 답을 열심히 써내려간다. ▲땅바닥에 펼쳐 앉은 「세타」차림의 어린이들에게 갓끈 노인을 둘러보곤 어떤 사람이 『가톨릭도 한국화하는구나』 『마치 시조짓기 白日場같다』는 것이다. 『아니야 교리시험도 치면서 들판에서 소풍놀이를 겸하고 있는거야』라고 대꾸한다. ▲수많은 사람이 깨끗이 정성들여 닦아둔 마루 바닥이나 교실을 더럽힐까 걱정도 될 것이다. 책상이나 의자 혹은 환경정리를 해둔 교실이 지저분 해질 수도 있겠다. 시험관리도 복잡할 것이다. 그러나 교리경시는 엄연히 교리경시요 소풍은 아니다. 2등시민들의 「행사」인 것처럼 잘못 이해하게 되면 보는 사람이나 경시참가자나 모두 불쾌할 것 같다. ▲교리재교육도 못하는 형편인데 1년에 한번 치르는 「교리경시」를 이렇게 푸대접하듯(?) 해서 될까? 그렇지 않아도 교리공부하기 싫어하는(?) 우리 신자들이 좀 더 분발할 수 있게 응시장 환경도 바꿔보는 것이 어떨까 한다. 그리고 소위 지성인이나 신자(?)들은 왜 이런 경시에 참여 못하는지 자성(自省)해볼 기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