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사회부에서는 지난 10월 24일 가족계획사업의 강력한 추진을 목적으로 형법상 낙태의 죄가되는 임신중절(姙娠中絶)을 합법화시키는 모자보건법을 성안하여 곧 법제처에 회부키로 했다고 한다.
전문 20조와 부칙으로된 이 법안의 골자는 첫째 임산부가 희망하면 보건소가 지정하는 의사로부터 임신중절수술을 받을 수 있다. 둘째 임산부와 유아는 각 지방관서에 등록하여 건강보호를 위해 보건소와 모자보건 「센타」의 보호와 지도를 받는다. 셋째 지방장관 책임아래 전국 각면(面)에 조산원과 시설을 갖추고 정기적으로 건강진단을 실시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이상 보건사회부의 법안 중 그 골자인 낙태의 합법화에 우리 가톨릭신도들은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즉시 백지화로 환원되기를 기대하여 마지않는다. 우리의 입장에서 인구의 증가와 따라오는 사회문제를 방관하고 너무나 공상적인 것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가톨릭에서도 인구문제를 앞에 놓고 신중히 다루고 있으며 금번 공의회에서도 교황은 직접 특별위원회를 조직하여 인구문제와 사회문제를 다루기로 한바도 있다. 요컨데 「임신조절」이나 「가족계획」 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위한 비윤리적인 방법의 부당성을 반대하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도 산아제한의 선풍이 일기 시작하더니 이제와서는 낙태합법화를 국회의사당에 들어놓을 만큼 일부 국민들의 몰지각한 태도에 대해서는 실로 통탄을 금할 수 없다.
산아제한을 부르짖어 온 국가들의 경우를 보더라도 기타 다른 소극적인 방법에서 살인방법인 낙태에 까지 도달함으로써 산아제한이란 그들의 소기의 목적이 달성한 바는 있었지만 그 결과는 사회윤리와 국민 위생의 저락 및 노동력부족 등등의 예를 우리는 가까운 일본의 경우로서도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다. 낙태합법화는 생명의 가치를 지상(至上)의 가치로 보는 문화 민족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인간의 생명이 파리 목숨과 같은 후진민족의 슬픔이다. 우리는 낙태의 죄악이 대자연의 윤리에 위배된다는 것을 들어보기 전에 이나라 법률상에 명기된 법조항으로 충분히 이해가 갈줄 믿는다. 우리나라 법전에도 태아를 가진 어머니가 사형선고를 받았을 경우 태아를 분만할때까지 사형집행이 연기되어야 한다는 것이나 또한 재산 상속의 경우 이미 출생된 자녀가 없을때 태아가 그 상속권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뿐만 아니라 사람의 병을 치료하는 의술을 인술(仁術)이라고 스스로 자부하는 의사들의 윤리성 문제이다.
그들이 인술의 주인공이 될때 『나는 인간의 생명을 그 수태된 때로부터 지상의 것으로 존귀히 여기겠노라』하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문을 엄숙히 선언하지 않았던가? 인술가들의 윤리마저 허물어진다는 것을 생각할 때 우리의 앞길이 더욱 우려된다. 그들의 입으로 엄연히 선언한 그들도 속된 명예나 재물때문에 그것을 팽개치고 낙태수술을 자행함으로써 뜻있는 인사들의 눈쌀을 찌푸기게한 오늘의 현실인데 이제 그들에게 법적인 권리와 의무를 부여해 보라. 비단 낙태뿐만 아니라 수술대에서 그들이 보는 인간의 생명 가치는 일변될 것을 우리는 주저치 않고 말 할 수 있다. 물론 낙태의 합법으로 여성들의 건강 문제라든지 또는 젊은 남녀들의 성의 남용 등의 사회적인 우려도 크려니와 무엇보다도 의학도들의 인간 생명관이 일변되리라는 것에 우리는 더 큰 우려를 갖는다.
인류의 역사를 더듬어보자. 어느 나라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죄악을 공공연하게 합법화한 민족으로서 멸망치 않은 민족이 없다. 인간은 인간의 고귀한 자유를 무제한 남용할 수 있지만 거기서 오는 책임문제에 대해서는 그것을 회피할 수 있는 자유는 없는 법이다. 살인죄가 끔직한 죄라면 어찌하여 배속에 든 생명의 살인은 허용되어야 하겠는가? 무저항의 생명을 살인한다는 것은 더 한층 잔인무도한 행위이다.
어머니 배속에서 낙태수술로 인해서 꿈틀거리고 나오는 그 생명이 거기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고도 양심의 가책이 없다면 어머니도 의사도 벌써 인간밖의 존재들이다. 우리는 정부의 처사도 처사이거니와 우리국민들의 죽은 양심 앞에 더욱 슬픔을 금할 수 없다. 국민 스스로가 일어나서 정부의 몰지각한 처사에 항의해야 하겠다. 살인죄인의 나라가 결코 흥할 수 없다. 생명은 절대적인 것이요. 하늘의 것이다. 순천자는 흥하고 역천자는 망한다는 선현들의 말씀이 들이지 않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