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時計를 가지고 싶어하지 않는다. 차차 장성하여 時計를 가지고 싶어하면 그는 어른이 된 것이다.
어린것들은 시간에 무관시마나 어른들은 계절의 변동과 세월의 흐름에 예민하다.
혈기가 왕성하고 젊음이 가득한 청년들은 손목시계를 자랑하나 늙은이들은 손목시계에서 회중시계로, 회중시계에서 마침내 즐거이 벽시계를 걸어놓고 그 소리에 생명을 깍고 쉴새없이 오가는 추를 응시하며 불안해 한다.
시간(時間)은 이 세상의 것이요, 죽으면 시간이란 없다. 오직 영원이 있을뿐이다. 내가 죽는 순간 나의 벽시계는 멎어버린다. 영원한 시계는 자정 열두시 위에 긴 바늘과 짦은 바늘이 가즈런히 합쳐지며 추는 머물러 완전히 정지한다. 자정은 아침도 아니요 저녁도 아니다. 오늘도 아니요 내일도 아니다. 영원히 없는 시간이다. 천당과 지옥의 시계는 숫자도 없고 움직이지도 않는 시계다. 죽는다는 것은 시간에서 영원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내가 죽는 순간 나의 시간은 끝난다.
영원한 세계에는 오직 광명과 암흑이 있을 뿐이다. 인간은 광명을 추구한다. 어린 것들은 암흑을 두려워 하는데 어른들은 왜암흑을 좋아할까? 어린 영혼은 죄가 없기 때문에 태양보다 밝은 천주님의 광명에 그 영혼을 비춰 부끄러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천국에 들어갈 수 있는 맑고 밝은 영혼이다.
이세상에서도 그 영혼이 빛나는 사람들이 존경을 받는다. 천주님의 한량없는 광명 앞에 맑고 깨끗하여 찬란한 광명을 발하는 영혼만이 천국에 들어갈 수 있다. 천국에는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름다운 영혼만이 천주님의 광명을 영원토록 볼 수 있는 곳, 거기가 천국이요, 그것이 곧 복락이다. 에수님이 제자들을 데리고 「따볼」산에 오르셔서 그 천주성을 나타내 보이신 일이 있었다.
그 성용이 태양보다 밝게 빛나는 것을 육안(肉眼)으로 보고 제자들은 그런 상태에서 영원토록 살고싶다고 했다. 천국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죽으면 천주님의 강력한 빛의 조사(照射)를 받는다.
내 영혼이 너무 탁하여 그 광명에 반사되지 않을 때 나는 천주님의 광명을 누릴 수 없게된다. 천국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이다. 암흑에서 고독하게 기다려야 한다. 곧 연옥이 이것이다. 천국에 들어갈 수 있는 영혼들은 일정한 촉광에 도달하여야 한다. 백총광이라 하자. 80촉, 50촉 짜리는 백촉짜리 영혼이 도리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전연 촉수 없는 영혼은 그대로 지옥의 암흑이다. 영원한 세계에는 기한이 없다. 오직 광도(光度)가 있을 뿐이다.
연옥의 벽시계는 움직이지 않는다. 영원히 기한없는 암흑이요, 고독이다.
연옥과 지옥은 같은 암흑, 그 영혼들은 다 같이 천주를 못보는 고독 속에 있으나 연옥영혼은 희망이 있다. 지옥에는 절망뿐인데. 연옥의 촉광미달의 영혼들은 천주님의 무한한 사랑과 예수님의 은총을 기대한다. 그러나 누가 이 은총을 빌어줄 것이냐. 지상에는 교회가 있다. 사랑하던 아내, 남편, 자식들, 형제들이 있지 않는가. 많은 교우들이 있지 않는가. 믿는 것은 그들이다. 고독한 연옥 영혼들을 일소(一掃)하는 월간(月間)이 곧 11월 「연령의 달」이다.
내가 죽을 것을 생각하니 기가막힌다. 그러나 너도 나도 다 죽어야 한다. 죽음만은 피할 도리가 없다. 예수님도 죽었ㅇㅆ는데 나라고 어찌 이 죽음을 면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되면 죽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안고 어떻게 죽느냐가 문제다. 언제 죽느냐는 더욱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년 더 살아보나 10년을 더 살아보나 죽는다는 점에서는 매일 반이다. 어떻게 죽느냐? 내가 죽는 순간 내 영혼의 광도(光度)가 얼마나 될까? 나는 몇촉광짜리 영혼으로 마지막 숨을 거두고 천주님의 강력한 조사를 받을 수 있을까? 영원을 약속하는 순간에 아! 내 영혼은 몇촉광이나 될까.
시계를 믿고 사는 이 세상, 시간 속에 사는 이 세상, 순간 순간을 간신히 살아나는 이 세상에도 인간들은 광명을 찾느라고, 밝은 세상을 만드느라고 수은 등을 달고 「네온」을 밝히지 않느냐. 영원한 세상에 영원한 광명을 얻기 위하여 내 영혼의 촉광을 높이고 내 영혼이 발광체(發光體)가 되도록 시간 촉에서 이 감사로운 시간 속에서 내 영혼을 닦자. 그리고 영원한 교회의 교우들의 영혼도 찬란한 광명을 발하도록 기도하자. 통공하자!
글 金達湖(本社 論說委員 慶大 文理大學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