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전 롬바르디 신부가 한국에 와서 우리에게 남겨준 강론중에 이런 말이 있었다.
『우리 이웃 사람을 구원하지 못하면 우리의 구원도 없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프로테스탄 신자들을 개인적 신앙으로 살아가는 까닭에 이기적이라고 말한다. 가톨릭 신자들은 하나의 신앙으로 한 목자아래 뭉쳐있다고 자랑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우리의 신앙 생활이 그들보다 나은 점이 무엇이 있는가?
이곳 저곳에 예배당은 세워져 간다. 그런데 우리의 성당은 어떠한가? 교우수가 6천 7천으로 불어가도록 또 십리 이상의 거리를 걸어 다니는 할머니들을 보면서도 우리의 힘으로 성당 하나 짓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교구에서 지어 주겠지, 또는 외국에서 무슨 원조가 있어야 땅을 사고 집을 지을 수 있지 하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 아닐까?
프로테스탄의 신자보다 일반적으로 더 가난하다는 점이 사실이라 인정하자. 그러나 프로테스탄의 신자들은 각기 갈려있으며 예배당 하나를 짓는데 수천명의 신도가 동원될 수 없다. 반면에 우리 교회는 우리가 자랑하고 있듯이 하나로 뭉쳐있음으로 해서 다른 본당을 짓는 일에까지 서로 도와줄 수 있다. 이점에 있어서만 우리 가톨릭신자들이 프로테스탄신자처럼 『그것은 너희들이 일이요 너희 본당이니 너희 힘으로 지어라』하고 말해 버릴 수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내가 속해있는 서울대교구의 예를 들어 좀더 생각해 보자. 십만 신자 가운데 일금 1만원을 희사할 수 있는 신자 수가 과연 3천에 미달할까? 반년에 만원씩만 희사할 수 있는 신자가 3천명만 된다면 「로마」에 원조를 청한다, 미국에 구걸한다는 등 창피스러운 일을 하지 않아도 번듯한 성당을 1년에 둘씩은 세워나가는 문자 그대로 자치교구로서의 명목을 세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사람의 이상의 제언에 공감하는 신자들에게 이 사람에게 간단한 편지라도 보내주기 바란다.
그 결과를 참작하여 성당증축을 위한 교구후원회(가칭)의 설립을 교구 본부에 건의할 작정이다. 3천명은 되리라 기대하면서. 우리는 모두가 그리스도 안에 하나임을 명심하자!
김승훈 神父(서울 아현동본당 보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