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입학기가 닥쳐오면 치열한 입학경쟁으로 진학당자들은 물론이요, 여기에 잇달아 부모들 가정교사들도 한결같이 마음이 설레이고 안달하는게 된다. 이것은 해가 갈수록 그 심도가 짙어지고 있어 오늘에 와서는 천진난만한 유치원원아들까지 과외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어떤 면으로 보아 우리민족 안에 교육열이 높아지고 있다고 낙관할는지 모르겠지만 그러나 우리는 오늘의 국민교육정신이 그 바탕에서부터 금이 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부정적으로든 긍정적으로든 자녀교육열이 불타있다는 것이 한국의 실정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밤10시에 사랑의 종이 울리고 있는 유일한 사회, 우리의 현실이 마냥 안타깝기만 하다. 한국의 정치 경제 문화가 제자리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우선 철저한 교육이념이 확립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사회교육을 운운하기전에 가정교육부터 급히 시정돼야함을 아니 외칠 수 없다.
무릇 교육의 목적은 성숙한 인격자로서의 인간을 만드는데 있지 경쟁의 「챰피온」을 만드는데 있지 않다. 더우기 가정교육에 있어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사회는 천진난만한 유치원 아기들부터 경쟁의식에 불타게 만들고 있는가? 그 결과는 어떠한가? 입학때 마다 불의의 비극을 초래하고 있지 않는가?
그것 때문에 많은 젊은이가 너무나 일찍부터 실패의 고배를 마시고 구렁텅이로 떨어져가지 않는가? 도무지 이성을 잃은 사태요, 이런 현실에서 장차 어떤 형(型)의 인간이 이 나라를 지배할지 실로 의문스럽다. 유아독존(唯我獨尊)의 인간형, 자기 「프라이드」에 도취되고 허영에 날뛰는 인간형 아니면 약육강식(弱肉强食)의 행포스러운 인간형 이상 다른 것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일류학교니 이류학교니 그 자체가 잘못이고 이것의 시정을 위해 문교당국이 확고한 방책을 세워 강력히 추진하기를 요구하는 바이거니와 부모들도 여기에 유의하여 그 같이 비정상적인 형상에 부채질해서는 안될 것이다. 일류 학교에 입학 능력이 없는 자녀에게 이것을 강요한다든지 「피아노」에 소질이 없는 자녀를 기어코 일류 「피아니스트」로 만들어 보겠다는 「넌센스」는 소멸돼야 한다. 그같은 부모들의 허영은 자녀의 앞날을 망치는 소행이다.
자녀들의 능력한계를 부모들이 알아서 진학지도를 해야겠고 자녀능력에 맞추어 인격지도를 해야 할 것이다. 언젠가 일간신문 기사에 어떤 여고생 3학년이 진학을 앞두고 부모의 강요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어 여관방에서 음독자살을 한 사실이 보도된 일이 있다.
자녀를 가진 부모에게 마음에 사무치는 경종이 아닐 수 없다. 많은 어린 새싹들이 경솔한 부모의 허영으로 가슴속에 못을 박고 일생을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신자부모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천주님의 인간 창조의 목적을 깊이 깨닫고 자녀교육에 있어서의 그들의 사명이 무엇보다 앞서, 또한 전적으로 자녀들을 천주의 자녀로 교육하는데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