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射鏡(반사경)]
발행일1966-12-11 [제547호, 1면]
▲공의후 후 우리교회는 깊은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전진(前進)을 위한 몸가짐을 서두르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에도 성직자와 평신자의 대화를 공식화 하기 위해 교구마다 사목위원회를 구성하고 교회발전의 초석을 튼튼히 다듬고 있어 심심찮게 노출되는 교구행정상의 오점도 가셔질 날이 멀지 않을 것 같다. 지금까지 교회는 매일 미사를 열심히 봉헌하고 날마다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곤 했으나 천주의 백성 가운데 대화가 너무나 빈약하여 그 참다운 의의를 그대로 살리지 못한 감이 있었다. ▲대화없이 근대화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음은 일반사회단체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업경영을 근대화한다는 것은 경영을 합리화하고 민주화하는 것을 말하며 특히 민주화한다는 말은 상실된 인간존엄성을 회복시킨다는 말이다. 따라서 기업에 있어서는 합리화와 민주화란 두개의 「수레바퀴」가 같은 속도로 전진할 때 이는 분명히 발전일 수 있으나 한쪽 바퀴가 약간의 고장이라도 생겨 속도가 늦어진다면 얼핏 보기에는 전진하는 것 같지만 얼마 안가서 출발점을 중심으로 원(圓)을 그리는 「제자리치기」를 면치 못할 것이다. ▲경영을 합리화하고 민주화하기 위해서는 사랑의 정신으로 스스로를 낮춘 진지한 대화가 있어야 한다. 소박하고 애정어린 대화와 개인의 존엄성이 보장된 환경속에서 직업인이 자기의 직장을 『자아실현(自我實現)의 장(場)이요 자기표현의 무대』이라고 확신하게 될 때 예기치 못한 창의력도 발휘되고 일에 대한 열성은 나날이 배가 될 것이다. ▲정계(政界)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도자가 『절대 복종하라!』는 호통과 더불어 출판물(=대화) 검열에 눈을 부라렸을 때 국민의 협동정신에 코방귀가 나왔고 『저는 여러분의 종』이라는 민주적 태도로 기자들의 기사 송고(送稿) 문제까지 걱정해 줄 때 국민은 우선 그의 인간적인 자세와 도량에 신임을 걸고 그가 지향하는 바를 따라야겠다는 내적 충동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대화가 있어야 한다. 기업이 대화를 통해 민주화되지 못할 때 「세일스 맨의 죽음」에서 주인공 윌리처럼 자식들에게 유산을 남겨줄 목적으로 고된 삶의 종점(終点)을 스스로 설정하고 생명보험에 든 후 사고(事故)로 인한 참사(慘死)를 가장하는 소설과도 같은 사태가 빚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본 사이트에 게시된 가톨릭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전재 및 복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