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의 전교지방 기도의향은 본면(本面)에서 보도하고 있는 바와 같이 한국을 위해서다.
환언하면 12월에는 전세계교회가 교종의 뜻을 따라 『한국민족이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받아 영세와 현세의 복을 얻도록』 기도하게 된다. 이미 교종기도의향을 정하고 발표하는 임무를 띤 성청 「기도사도국」의 월보(月報)와 전통적으로 매호(號)마다 기도의향을 게재하는 독일 가톨릭의 저명한 잡지 「헬델·코레스뽄덴쯔」는 그 11월호에 한국과 한국교회를 소개하고 특히 그 찬란한 순교사와 한국교회의 장래성을 지적하면서 전세계가톨릭이 12월에는 한국민족을 위해 기도하도록 촉구고하고 있다.
이 얼마나 감사하고 경사스러운 일이냐?
12월이면 때는 바야흐로 현대교회의 쇄신과 일치를 목적하여 소집된 제2차 「바티깐」 공의회가 종결되는 시기다. 또 그 폐회식전은 바로 한국교회의 주보첨례이기도 한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축일(12월 8일)에 있게 된다.
나아가 12월에는 오늘부터 시작되는 장림(將臨) 4주일이 들어있다. 「바티깐」 공의회가 결의한 사항 등이 참되이 실현되기 위해서나, 이 민족사회안에 구세주 그리스도께서 더욱 풍성히 강생하여 오시기 위해서나 가장 성총이 요구되는 때요, 따라서 이 성총을 비는 기도가 가장 요청되는 때다.
이같이 의의 깊은 시기에 천주님의 오묘하신 섭리로 세계교회는 교종성부의 뜻을 따라 어느 나라, 어느 민족에 앞서 우리 한국과 우리 민족을 위해 기구하게 되었다. 실로 그 같은 섭리자체가 우리를 위해 막대한 은총이라 아니할 수 없다.
우리들은 이때에 자모이신 성교회의 깊은 성모애와 세계가톨릭의 형제적 유대를 다시 절감하면서 한편 천주께, 또한 우리한국교회의 주보이신 성모님께 감사드려야하겠고 동시에 우리 역시 교종 성부를 비롯하여 세계가톨릭을 위해 기구해야 하겠다. 교종 성부께는 한국교회전체의 이름으로 우리 주교님들이 감사의 뜻을 표하여 주신다면 더 의의 깊지 않을까 생각된다. 또한 국내 각 가톨릭 「액숀」단체들이 우리를 위해 12월에 기구해줄 세계가톨릭 제(諸)단체에 감사문을 보냄도 무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12월의 기도의향을 따라 누구보다도 열렬히 이 나라와 이 민족을 위해 기도해야할 사람들은 우리들, 한국가톨릭자신이다. 물론 조국을 위한 우리의 기도는 12월에만 있을 것이 아니고, 언제나 있고 평생을 하루같이 계속 바쳐야할 일이다. 그리기에 우리는 이 철에 이 땅 방방곡곡, 성당이 있고 신자가 사는 곳이면 어디서나 조국을 위한 기도가 끊임없이 하늘 높이 오르게 되기를 강조하여 마지않는다.
그와 동시에 과연 우리는 평소에 조국을 위해 기도를 바치고 있는지, 우리의 기도는 자기구령이나 집안의 행복을 비는데 그친 것이 아닌지, 반성도 해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 역시 신앙을 자기구령위주의 안심입명(安心立命)으로만 보기가 일쑤였고 사회와 조국의 구원을 위해서는 별 큰 관심을 가진바 없었다는 것이 사실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입으로 애국애족을 외치고 행동으로는 이를 증거한바 없는 거나 무엇이 다르겠는가? 이같은 반성을 우리는 이 철에 진지하게 해보아야 한다고 믿는다.
물론 12월의 기도의향이 달성되기 위해서는 기구하는 것만으로 족할 수는 없다. 기구함과 동시에 우리 민족이 그 구원이 될 그리스도의 복음을 받아들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3천만에게 복음을」하는 「슬로간」을 앞세운 전국복음화운동이 프로테스탄 형제들의 그것만일 수 없다는 것을 본란은 이미 지적한바 있거니와 우리의 그리스도교 신앙과 우리의 조국애가 참될진덴 우리는 너나없이 모두가 민족복음화의 역군이 돼야할 것이다. 그리하여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리스도를 저 옛날 이사야 선지자, 혹은 요안세자같이 소리를 높여 온 겨레의 귀에 들리도록 간단없이 외쳐 전해야할 것이다. 물론 복음선교에 직접 헌신하는 신부들, 수도자들, 평신자 사도들의 성소가 먼저 증가돼야 한다.
그것을 위해 우리는 기구하고 우리가정에서 부터 이같은 성소가 육성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그 모든 것에 앞서 우리는 성직자들뿐아니라 평신자인 우리들도 한국교회이며 이 나라의 복음화와 구원의 사명을 우리 각자가 또한 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나아가 우리는 그리스도와 그의 복음을 입으로 전할뿐아니라 행동과 생활로써 증거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그것은 참된 신앙생활과 사랑의 실천으로 써다.
오늘날 우리나라사회의 문제성은 경제적 빈곤에서만 있지 않다. 영성(靈性)과 정신의 빈곤, 사랑이 고갈, 도덕과 윤리의 퇴패, 상호불신풍조가 무엇보다도 「클로스·업」되는 한국의 문제성이라 하겠다.
그러기에 사회는 우리가 그리스도를 선포하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고 이를 증거하라고 요구하며 『우리에게 예수를 보여달라(요왕 12장 21절)』고 말하고 있다. 환언하면 『너희가 설교하는 그 그리스도의 희생적 사랑을 너희 행동과 생활로써 증거하라. 그러면 우리도 너희가 설교하는 그리스도와 신(神)을 믿게될 것이다』고 말하고 있다. 현대사회가 무신론적 불신풍조(不信風潮)에 더욱 더 젖어가고 있는데는 크리스챤들에게 적지않는 책임이 있다는 것은 많은 권위자들이 지적한바 있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말해서 현대사회가 신과 종교를 부정하는 큰 이유는 신부재(神父在)나 종교자체에 대한 부정적 확증이 있어서 보다 종교인들, 특히 크리스챤들에게서 그 산 증거를 보지 못해서다. 이같은 사정은 우리나라에 있어서도 더욱 현저해가고 있으며 그 책임은 크게 우리들 그리스도신자들의 불실(不實)한 생활에 있다고 아니 할 수 없다. 우리들이 신자아닌 사람들이나 하등 다를 바 없이 물질위주의 생활에 흐르고 이기주의적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한, 우리의 복음 설교는 「소리 나는 꽹과리」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므로 12월의 기도의향이 한국민족에게 실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들의 신앙생활이 참되이 쇄신되고 그리스도처럼 몰아(沒我)의 사랑에 사는데 있음을 거듭 강조해 마지않는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가 민족의 구원을 위해 자기를 봉헌하는 십자가를 지고 일어설때 이 민족은 참되이 구제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