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깊고 은혜많은 성탄첨례도 이제 1주일 밖에 남지 않았다. 이 좋은 첨례를 교우답게 맞이하기 위하여 우리는 몇가지 준비만은 꼭 해두어야 하겠다.
그 첫째는 마음의 준비다. 우리는 지난 일년동안 얼마나 많은 잘못을 저질렀더냐? 우리는 지난 1년동안 그 허구많은 나날을 허송세월하며 참된 인생의 길과 교회의 가르침을 알면서도 굳이 외면하고 세속과 육신의 종이 되어 허망한 생활을 해왔던 것이 아니었던가? 내 생활이 얼마나 속되었던가? 실존적 모든 괴로움을 잊어보려고 소란 속에 마취 속에 음욕 속에 내 마음은 추악한 속물이 되고 말지 않았느냐? 이 마음에 참으로 구세주가 임하시겠는가. 마음의 준비를 하자. 한국은 아직 4천년의 구약시대다. 항상 진리와 광명과 참된 사랑을 갈구하며 한번도 얻지 못하고 암흑 속에서 황량한 광야를 헤메는 우리의 조국 우리의 겨레와 더불어 나도 그 속에서 망덕을 잃고 살아오지 않았더냐.
구세주는 고요한 밤 자정을 그의 강탄의 시간으로 택하셨다. 소란한 「예루살렘」 도성을 피하시고 만상이 잠든 고요한 자정 추악함이 없는 촌락을 택하셨다. 명동네거리의 모든 화려함은 구세주의 것이 아니다. 캄캄한 밤에, 그러나 잠든 사람들에게 구세주가 찾아가시지 않았었다. 성모님과 요셉과 목동들과 짐승들마저 깨어서 기다리는 사람들 앞에 그들의 마음 속에 구세주는 강탄하셨던 것이다. 그리스도 예수 아기는 섣달 스무다섯날 차거운 겨울밤을 그의 강탄의 날로 택하셨다. 차거운 밤은 모든 추악한 것들도 그 부패를 정지한다. 부패한 곳에 어찌 구세주 예수 아기를 뫼시겠는가. 우리도 빨리 소란하고 부패한 생활을 버리고 구세주 예수 아기 참으로 내 마음에 강림하실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하자.
고해성사를 받음으로 족한 것이 아니다. 「베들레헴」의 딴 촌락에 누대 4천년을 겸손되게 구세주를 기다리던 목돌들처럼 다만 며칠이라도 마음닦고 잠잠이 성탄첨례 자정미사를 기다리자.
성탄은 아이들의 첨례요, 가정의 명절이다. 성탄은 어른들의 축제가 아니다. 성탄은 금력을 자랑하고 물질을 휘두르는 소위 상업주의가 노리는 그런 축제가 아니라 가난하면서도 평화로운, 아이들을 중심한 가정의 잔치다. 서구의 부모들은 이 성탄첨례의 뜻을 그 본뜻대로 잘 지키는 것 같다. 관청에서, 사업장에서 멀리 해외에 나가있는 사람들까지도 성탄첨례가 되면 가정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우리는 어떠하냐? 여태껏 집에 있던 사람들도 성탄이 되면 공연히 거리에 나가 번화가는 골목마다 인산인해가 되고 소란과 무질서와 낭비로 타락과 죄악의 명절을 만들어 놓고는 「메리 X마스」라고 한다.
성탄절만은 우리도 가정으로 돌아가자.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자. 아이들에게 성탄의 참 뜻을 설명해 주고 예수 아기를 마음에 뫼실 준비를 시켜 주자. 특히 24일날 밤만은 자정 미사때까지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이들과 한방에 모여 좋은 이야기, 아름다운 노래나 음악을 들려주고 아이들에게 고요한밤을 실감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윽고 미사시간이 되어 성당종이 울려오면 아이들의 손을 잡고 성당에 가도록 하자. 이렇게 생각하면 본당행사도 고려해야 하지 않겠는가 싶다. 자정미사 전에 연극을 하고 추첨을 하고 노래자랑 등 소란하고 마음을 어지럽게 하는 본당행사는 없는 것이 좋겠다.
혹 한다고 하면 25일 이후로 미루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가정 주부들은 특히 유의하여 온가족이 모일 자리를 마련하고 모임의 중심이 될 곳에 아담하고 청소한 성탄장식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소위 「크리스마스 추리」라고 해서 무엇이든 갖다 맨다는 것은 좋지 않다. 소나무 한 가지에 촛불 하나만 켜도 좋다. 아이들을 위하여 평소에 없던 음식을 장만하여 자정미사 후에 돌아오는 대로 가족끼리 즐기는 기회를 만들자. 성탄날 밤에 어머님이 밝혀놓은 촛불, 아버지가 들려주시던 이야기들은 신비로운 이 밤의 공기와 더불어 어린것들의 마음에 잊지못할 추억으로 언제까지나 남아, 장성한 먼날에도 성탄날 밤을 그들은 가정에서, 또 자정미사에서 찾으리라.
성탄은 가난한 사람들의 명절이다. 무력하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천상에서 내려보낸 평화를 골고루 나누는 첨례다. 우리는 성탄을 악용하여 이득을 찾고 권력계층에 선물하는 기회로 생각하는 수가 없지 않다.
성탄은 가난한 사람들 마음이 착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첨례날이므로 각 가정이나 직장의 고용인 하급직원들에게 선물을 주어 그들에게 이 첨례를 우리와 같이 즐길 수 있게 해주자. 식모 아이들도 내 자식과 같이 이 첨례가 기쁜 명절이 되어야 하겠다. 특히 아이들에게 애긍하는 법을 가르쳐 주자. 동무들 중에 혹은 이웃 아이들 가운데 가난으로 말미암아 어둡고 불우하고 고적한 사람들과 아이들을 찾아가게 하고 위로할 수 있게 부모들이 정신을 써야할 것이다. 천상에서 온누리에 은혜까 무한히 내리는 성탄날 밤에 어찌 우리 형제중에 굶주리고 추위에 떠는 사람들이 있어 되겠느냐. 그런 가정에 그런 형제들의 마음에 예수 영해는 탄생하시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겸손하고 착한 사람의 마음에 탄생하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