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 석가탑을 보수할 때 탑을 깨뜨려 모두 마음이 여간만 언짢고 말썽도 되더니 이젠 그 안에 다시 봉안된 사리병이 깨여져 그걸 모조품으로 대치한 이야기가 돌아 못할 말로 석가탑은 참말 무슨 부정을 탓구나 싶다. 宗別로만 말해서는 남의 집안 불상사에 거드는 것 같아 대단히 안된 이야긴데 그게 나라의 보물이자 모든 사람이 讚慕를 아끼지 않을 아득한 옛날의 史蹟이고 보니 그 아까운 심경으로 남의 일로만 말 것 같지 않다. ▲석가탑 재수공사 당시 일부러 현지참관을 했던 모시인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 작업면에 문외한인 그분의 눈으로도 여간 어설프고 마음 조리게 한 소홀(?)한 작업이 아니더라고 했다. 이 말을 곁에서 듣던 다른 한 분이 그 공사당시 사찰당국에서 齊를 올리드냐고 물었다. 그건 물론 올렸다고 했다. 불교도도 아닌 그분이 그런걸 믿고 안믿고 간에 하도 맹랑한 일을 저질렀다 싶으니 그 사람들의 정성이 어떠했던가 묻고싶어 한 말이리라. ▲그 시인은 그 석가탑을 해체할 당시 무언가 하도 마음이 조마로워 숫제 눈을 감아버리고 있는데 갑자기 벽력치는 소리를 내며 탑신 하나가 떨어져 깨어지는 통에 마치 자기 육신에 직접 충격을 받고 상철르 입듯 비명을 질렀다고 했다. ▲속담에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어지는 수가 있다는 말이 있듯 참말 사람하는 일이 우연에 대해 불가항력 일때도 없지 않다. 그러나 또 至誠이면 感天이란 말도 흔히 있다. 이 말은 일에 있어 앞뒤로 다 해당하는 말이다. 하기전에 그런 심경으로 임해야 하고 또 어떤 일이 저질러진 연후에도 그런 마음은 더욱 더 깨우쳐 먹어야 될 것 같다. ▲옛날 석냥이 없을시절 어떤 집 며누리가 잠자다 불씨를 꺼뜨렸는데 더구나 그 시절엔 대대로 내려오는 불씨를 꺼뜨리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이 있었다. 이 여자는 단하나 밖에 없는 열두폭 명주치마를 꺼진 잿불에 덮어놓고 밤새도록 불었더니 불이 다시 살아났다는 이약. 못믿을 말이라 한들 至誠이면 感天을 명심시키는 옛말이다. ▲사리와 유리병, 그 종교적 秘義는 고사하고 1천수백년전의 유리병이 그 시절의 어떤 숭고한 인간의 넋으로 빚어진 석탑 속에서 천년을 침묵하다가 이 경거망동한 시절에 와서 와싹 부서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 유리병을 모조품으로 바꿨다는 이야기, 그 비행을 유도신문해낸 녹음기, 참 모두 을씨년스러운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