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에도 새 사제 35명이 나오게 되었다. 한국가톨릭교회사상 보기드문 큰 수확이라고 생각되어 우리 신도들은 진심으로 기뻐하며 축하하여 마지않는 바이다. 목자들의 손길을 목말라하는 한국교회에 큰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지난주 본지에서 우리는 새 사제들의 늠름한 모습을 보았고 새 사제들의 희망찬 말도 들었다. 우리는 다시 한번 새 사제의 생생한 소리를 들으면서 우리가 기대하는 소망을 말하고 싶다.
새 사제 중 한분은 사제의 사명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암흑에 등불이 되어야 할 빛들이다. 남을 위해 자신을 불사르는 촛불들이다.
복음의 씨가 되어 썩어야 할 밀알들이다. 목자는 양의 상태를 알아야 하리로다.
십자가의 죽음에는 생명의 포기가 있어야 되리로다. 승리하기에는 그리스도로 무장된 군인이어야 하리로다.
고기잡이에는 감화력이, 등불을 켜기에는 기름이 있어야 되리라. 촛불은 모말 밑에 있어서는 안되리로다. …시대의 무대는 점점 발전하고 새 시대는 새「타입」의 사제들을 요구할 것이다. 나를 통한 천주의 십자극이 뜻대로 성취되기를 노력하겠다.』
이 이상 무엇을 더 기대하겠는가? 사제는 그리스도의 대리자들이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지고 다른 골고타의 길을 올라가야 하는 사제들이다. 그러나 허구 많은 문구만 늘어놓았자 그것이 실현되지 않는다면 무슨 뜻이 있겠는가? 이제 우리는 구체적으로 새 사제들에게 몇가지 소망을 걸어보고 싶다.
첫째로 성덕이 충만한 사제가 되어주기를 간구하고 싶다. 우리는 웅변가의 신부를 요구하지 않는다. 우리는 박사신부를 요구하지 않는다. 오로지 성인신부를 요구한다.
세상이 괴롭고 어지러울수록 성인이 아쉬워하기 마련이라면 오늘 우리 시대에는 어느때못지않게 성인사제를 필요로 한다. 선악의 기준이 흐려지고 진리의 등불이 빛을 잃고 악마의 세력이 우리를 뒤흔들고 있는 이때이고 보니 우리에게는 성인신부가 그리워진다. 암흑속에 등불이 되겠다고한 새 사제들의 희망찬 절규로 우리는 또 하나의 보람을 느끼게 된다.
두째로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을 살려 옛것을 옳게 비판하고 정확한 내일을 구상하는 사제들이 되시옵기 비는 바이다. 기성세대의 「스켄달」을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새 시대 새 사제로서 그리스도의 왕국을 건설하는 역군이 되어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새 시대는 새「타입」의 사제들을 요구할 것이다』한 것은 또 하나 우리에게 보람을 던져주는 것으로서 기대를 걸어본다. 그러나 인간이란 좋은 것을 보기 전에 나쁜 것을 보기 쉬운 나약성의 존재란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세째로 새 사제들의 깨끗한 정신과 깨끗한 이상을 끝까지 관철하는 「그리스도로 무장된 군인」으로서 양떼들을 끌어주었으면 싶다.
쟁기를 손에 잡고 뒤를 돌라보지 않고 주님의 길로 다름질치는 착한 목자가 되어 주기를 바란다. 새 사제의 앞길에는 때 아닌 서리발이 닥칠 것이고 뜻하지 않은 무거운 시련도 닥칠 것이다. 그때 마다 제단에 엎드려 주님의 신품성총을 받던 날을 기억하여 그 기백 그 정신이 끊지 않기를 바란다.
끝으로 우리들은 우리의 당돌한 소망만을 내걸 것이 아니라 우리로서 사제를 도우고 그들이 짐진 무거운 직책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들이 뜻한바가 성취되도록 사제를 위한 기도를 잊지 말아야하겠다.
사제 없는 교회는 있을 수 없고 목자없는 양떼는 슬프기만 한 것이다. 사제의 결점을 비난하기 전에 사제를 위한 한 마디 기도를 올리는 것이 우리들의 올바른 자세일줄 믿는다. 그리고 한가지 우리가 잊지못할 사연이 있다. 그곳은 저 외국에서 오늘의 한국사제를 양성하기 위해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도와준 숨은 은인들에게 감사를 드려야하는 일이다. 그들은 응당 우리가 해야하는 일을 맡아준 한국교회의 은인들이다.
이번 서품되는 35명의 신부님과 그들의 도와준 여러 은인들에게 주님을 은총 풍성히 나리기를 두손모아 빌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