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천지가 꽁꽁 얼어 붙어버린 이른 새벽이면 남들은 따뜻한 이불 밑에서 시계바늘을 눈으로 늦춰가며 단 1초라도 더 누어있겠다고 억지를 쓰기가 일쑨데 사냥꾼들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꼭두새벽에 일어나 개를 데리고 험난한 산골짜기를 뛰어 다닌다. 하물며 데리고 갈 개들을 극진히 보살펴 주고 개집까지 청소하기를 사양치 않는다. 사냥꾼은 힘들고 피곤하고 위험하기도 한 일을 하면서도 즐겁기만 하다. 그들은 사냥놀이에 대한 애착과 짐승을 잡겠다는 욕망 때문에 다른 일에 대해서는 둔감하고 흥미가 없다. ▲지난 8일 부산에서 또 국민학교 어린이 유괴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들이 그 어린이를 유괴할때 새를 잡아주겠다고 꾀었다고 한다. 천진무구한 어린이의 사냥놀이에 대한 소박한 흥미를 범인들이 이용한 것이다. 어린이는 사냥놀이에만 흥미가 있었기 때문에 「한탕하자」는 살인귀들의 음흉한 간계에 완전히 둔감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잔인무도한 살인사건이 빈발하는 사회악이 어디서 움터나왔는가에 있다. 그것이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완전히 무시한 배금(拜金)사상에 기인한다면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천명한 「제2경제」 즉, 황금만능 사상, 사치와 낭비풍조, 공무원들의 부패, 지식인과 정치인의 부정적인 태도 등을 막기 위한 정신적 자세확립이 제1경제에 앞서야 하지 않겠는가? 이스라엘의 경제발전상을 보더라도 「제2경제」는 제1경제의 바탕이 돼야 할 것이다. ▲돈 몇푼 때문에 인간 생명이 벌레처럼 깔아뭉개졌다는 보도는 듣는 이의 가슴을 매장된 어린이의 시체처럼 얼어붙게 한다. 한편 이와 비슷한 비인간적인 처사가 노사간(勞使間)의 관계를 비롯한 사회의 구석구석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자행되고 있음을 상상해보면 살맛이 없어진다. ▲이제 어린이들이 천진난만한 놀이에 재미를 붙일 시대가 아니요, 어릴때부터 옥외(屋外) 취미를 개발할 시대는 아닌가보다. 「제2경제」가 확립될때까지 그저 안방 이불 밑에서 낮이고 밥이고 게으름을 피우며 응석부리는 것이 명대로 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일까? 정신혁명을 위한 종교인의 사명이 더 무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