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교황의 신년 메시지는 1월 1일 「평화의 날」로 설정할 것을 제안하고 계시다. 작금에 있어 교황의 평화호소는 어쩌면 안타까우리만큼 되풀이되고 있으나 현실세계의 전쟁이나 분쟁은 덜어지는 기색마저 없다. 물론 교황의 호소는 그 반응과 영향이 없지 않아 객년말에는 미국의 존슨 대통령이 「로마」로 교황성하를 찾아뵙기까지 하였으며 근간의 보도는 교황께서 평화사절단을 北越盟에파견까지 하시리라는 소식이다.
이러한 교황의 부단하고 무진한 노력이 평화를 목적삼는 자유세계나 역시 간판만은 평화를 내세우는 공산측에게 보답되어 진정 평화의 날이 불원하리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 이러한 사정을 교황자신께서도 신년 메시지 속에 이미 다음과 같이 갈파하고 계시다.
『마음속 깊이 경계해야 할 것이 한가지 있읍니다. 평화가 인류의 진정한 소망이기 때문에 평화를 허위에 찬 하나의 美辭龍句로 어쩔 수 없이 받아 들여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불행하게도 지금까지 할 수 없는 경우에(中略) 이를 숨기려는 목적으로 종종 씌여져 왔으며 또한 씌여질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明快히 지적되고 있다. 필자의 해석을 덧붙이면 여기서 壓制라고 표현된 것은 아마 共産黨일것이며 黨利라고 표현된 것은 아마 西方側 특히 美國이 지칭된 것일 께다.
그야 어떻든 이러한 가톨릭교회의 세계평화에 향한 적극적이고 용기있는 자세는 두말할 것도 없이 저 『地上의 평화』 回칙을 선포한 요한 23世의 예지와 결단에 의거한 것으로서 그분의 面目은 『나는 나의 理念의 敵과도 세계의 평화를 위하여는 合力하겠다』는 폭탄적인 한 말씀으로도 알아 뵐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교황성부들이나 교회의 세계평화노력에 그의 자녀인 우리들은 어떻게 호응하고 있고 또 이에 노력하고 있는가 한번 살펴 볼일이 아닌가?
여기서 일반론을 피하고 東쪽邊方한국교회의 한신자나 자신의 경험과 심정을 먼저 솔직토로해보자.
실상 공산당의 직접침략을 몸소 체험한 나 자신은 그 『이념의 敵과도 합작 하겠다』는 요한 23세 성하의 말씀이나 거듭되는 바오로 교황의 평화호소를 들으면서 물론 그 고매한 정신은 찬양하는 바지만 『로마는 공산당의 정체를 잘 모르시고 理想論을 제시하시는 거겠지』라든가 『교황께서는 월남전쟁에 있어 자유세계의 불가피한 방위책을 잘 이해하시지 못하고 오직 念願에 대한 호소의 反覆이겠지』라고 여기기가 일쑤였다.
이런 나도 전쟁을 긍정하는 사람은 물론 아니고 또 전쟁의 비참을 모르고 하는 사람도 아니다. 또 그렇다고 월남파병의 철수론자도 못된다.
그러면 휴전선을 가로 놓고 월남에 파병하고 있는 한국의 교우들은 「로마」 교회의 평화호소를 실생활에서 어떻게 실천하고 구현해 나갈 것인가 하는 의문에 부닥친다. 이번 월남을 직접 다녀와서 나의 앞서 말한바와 같은 「로마」에 대한 회의적 인식이 시정되고 그 호소가 절실감을 가질수록 나의 심중은 더욱 복잡만하다.
막말로 오늘의 현상은 교황의 호소는 호소대로 이 땅에선 공전하고 우리 한국교우들은 한국의 형편대로 전쟁을 長技(?)로 살아갈 것인가. 우리 한국교회는 「로마」의 호소를 실천할 방안이나 그 연구가 없어서 될 것인가. 아니 한국만이 아니라 전세계 각국교회나 신자들은 그들 각자 생활에 저 「로마」의 노력을 어떻게 반영시킬 것인가. 이것은 교회 신비체를 자랑하는 우리 가톨릭신자의 사명이기도 하다. 만일 한걸음 나아가 전세계의 신앙자들이 단합한다면 무장없는 세계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주의 뜻이 하늘에서 이룸과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질 것을 믿고 바라고 또 실천해야 할 자가 아니냐?
具常